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의 일환으로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기업 배당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면 주주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 안효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12일 정치권과 공기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에 이어 현대그린푸드에도 스튜어드십코드를 바탕으로 배당 확대를 위한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할지 검토한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으로 기업 투자에 장기적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2018년 7월 도입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4일 회의를 열어 현대그린푸드의 배당정책과 관련해 주주권 행사를 논의한다.
국민연금은 1일 한진칼을 시작으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적으로 행사하기 시작했지만 기업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뒤 처음으로 주주로서 배당 확대를 요구했지만 그 대상인 남양유업은 따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11일 “국민연금이 남양유업 지분을 6.15%만 보유하고도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며 “남양유업은 이익을 사내유보금으로 남겨두면서 재무 건전성을 좋게 만들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성향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에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어디까지나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라며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본래 취지에 맞게 기업 경영구조 개선, 배당 확대 등 장기적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남양유업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스튜어드십코드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려면 정관변경을 제안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한진칼에도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는 데 그쳤는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보여주기식으로만 행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정관은 주주총회를 통해 수시로 바뀔 수 있는데 국민연금이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통해서만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하면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재 김경율 경제금융센터 소장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 소장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와 관련해 배당 확대를 넘어서 기업 지배 및 경영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 수탁자책임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민연금은 이런 목소리를 반영해 스튜어드십코드를 바탕으로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 등 저배당 성향 기업들에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안을 계속 찾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린푸드는 남양유업과 함께 2018년 5월 국민연금에서 저배당 성향을 이유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된 첫 사례로 꼽힌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8일 주주 배당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 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의 필요성을 지적한 만큼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린푸드는 8일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기존 80원에서 210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