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기자 jelee@businesspost.co.kr2019-01-31 16: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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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인수전의 판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에 이어 넷마블도 인수전에 뛰어든다.
31일 넷마블 관계자는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했다”며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에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 권영식 넷마블 대표이사.
이 관계자는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넥슨이 해외로 매각되면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가 훼손되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 다른 사항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존에는 넷마블이 중국 텐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넥슨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넷마블이 공식 입장을 통해 국내자본을 통해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런 전망이 뒤집어졌다.
이에 앞서 카카오도 넥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넷마블이 공식적으로 넥슨 인수에 참여하기로 밝히면서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가 나온다. 넥슨 인수자금은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독으로 인수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넷마블과 카카오가 컨소시엄을 꾸려서 넥슨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떠오른다. 각각 인수하기에는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국내에서 컨소시엄을 만들어 넥슨 인수를 주도하면서 전략적 투자자(SI), 재무적 투자자(FI) 등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넷마블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 및 매도가능증권 2조8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현금 및 금융상품 2조3천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인수에는 현재 중국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최대 IT회사로 현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배급하고 있다.
텐센트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PC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서 서비스한다. 네오플은 2017년 던전앤파이터로 중국에서 매출 1조1500억 원을 올렸는데 영업이익이 1조640억 원에 이르렀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93%에 이르면서 사실상 넥슨의 매출을 견인해왔다.
텐센트가 네오플에게 던전앤파이터로 올린 매출의 30~40%를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넥슨을 인수하면 게임 개발사 네오플을 보유할 수 있게 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텐센트는 넥슨을 인수할 확실한 명분과 풍부한 자금력이 있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시장 정보기관 마켓워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텐센트의 유동자산은 2268억 홍콩달러(한국돈 32조3057억 원)이고 현금만 무려 1224억8천만 홍콩달러(한국돈 17조4399억 원)에 이른다.
텐센트는 풍부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외화 유출에 민감한 중국 정부를 비롯해 한국 여론도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을 통한 넥슨 인수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텐센트는 현재 카카오의 2대주주이고 넷마블의 3대주주다.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으며 넷마블 지분 17.7%를 들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넷마블과 카카오 중 누가 넥슨을 인수하더라도 텐센트가 간접적으로 넥슨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넷마블과 카카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텐센트가 사모펀드 형태로 참가해 넥슨 인수를 주도할 수도 있다고 안 연구원은 내다봤다. 텐센트가 사실상 한국 기업을 통해 넥슨을 우회적으로 인수하는 것이다.
넷마블과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고 텐센트가 배후에 위치하게 되면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 자본이 인수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셈이다.
넥슨 매각주관사인 도이치뱅크는 2월21일을 예비입찰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3일 김정주 넥슨(NXC) 대표이사 회장은 NXC 지분 98.64%를 매물로 내놨다. NXC는 넥슨의 지주회사로 일본 상장법인 넥슨의 지분 4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넥슨은 넥슨코리아 지분 100%를 들고 있다.
넥슨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약 1조2600억 엔(한국 돈 13조 원)으로 집계되며 NXC가 보유한 지분 가치만 6조 원을 넘는다. NXC가 별도로 보유한 스토케(유모차 브랜드), 비트스탬프(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등 계열사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반영되면 매각가격은 10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