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한항공 노동조합(대한항공일반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들은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고용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2월1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적극적 주주권(스튜어드십 코드)을 행사할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일반노조의 한 간부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게 되면 결국 KCGI와 행동을 함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구조조정 등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릴 때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KCGI는 21일 공개서한을 통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의 분사를 비롯해 일부 사업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KCGI가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해 직원들을 내보내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CGI는 29일 "장기적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유휴자산과 국내 고용 창출이 없는 자산을 매각하여 회사 신용등급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 투자를 하자는 의미이지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KCGI가 대한항공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의식한 셈인데 대한항공 직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일반노조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대한항공 경영에 간섭한다면 KCGI의 행보가 가속화돼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경영쇄신 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직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면 찬성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대한항공 내부에서 결이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또다른 노동조합인 대한항공직원연대는 회사가 고용불안 심리를 일부러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직원연대의 한 간부는 “대한항공은 현재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한 인력이 부족해 구조조정은 커녕 인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일부러 고용불안을 들먹이며 직원들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찬성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경영쇄신이 이뤄지면 오너 리스크가 제거돼 회사의 발전과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원연대의 한 간부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면 그동안 오너 리스크로 가로막혀 있던 대한항공의 기업가치 상승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언급되고 있는 단기매매차익 반환은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큰 성과(수익)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항공직원연대 역시 직원들 사이에 구조조정과 관련된 불안감이 퍼져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구조조정과 관련된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별개로 대한항공의 경영쇄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직원들의 공감대가 넓게 퍼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일반노조 간부는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경영진이 회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경영쇄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직원연대 간부 역시 “조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으면 경영쇄신은 사실상 어렵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로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더라도 조 회장 일가의 영향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대로 된 쇄신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경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2월1일 오전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기금운용위원회가 이 사안을 놓고 검토를 요청했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3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고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회의에서 나온 각 위원의 의견을 그대로 기금운용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드릴 말씀은 없다"며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