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도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순탄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하고 기업공개 시장 최대어로 꼽혀온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올해 연간 상장 규모 1위 탈환에 차질이 생겼다.
29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올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8일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팔겠다고 공시하며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지분 매각 절차를 마친 뒤 재검토할 것이고 앞으로 지분매각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거나 변동이 있는 경우 재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중단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에서 업무를 보던 상장주관사단도 29일에 모두 철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하려는 주된 이유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마련인데 이번 지분 매각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로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증시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 1조8천억 원에 판다. 아람코는 주당 인수가격 3만6천 원 정도로 잡으면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시장 추정치보다 2~3조 원 높게 쳐줬다.
최대 취득 지분율을 19.9%로 제한한 것은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게 되면 기업 결합절차를 거쳐 현대오일뱅크를 아람코의 한국 내 자회사인 에쓰오일과 계열사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이번 지분 매각으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완주도 불투명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원래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해 지분 30% 구주매출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2조 원 정도를 마련하려 했는데 이번 지분 매각으로 계획보다 적은 지분을 팔아 원하는 수준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런 상황 변화로 정 사장으로서는 올해 NH투자증권의 상장주관 규모 1위를 탈환하려는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예상 공모금액이 2조~3조 원이었다. 2018년 주식시장 전체 상장 공모 규모가 2조7505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NH투자증권이 올해 현대오일뱅크의 상장만 성공해도 상장주관 규모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컸다.
NH투자증권은 2018년에 상장주관 규모 2321억 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2017년에 상장주관 규모 3조1148억 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정 사장은 현재 NH투자증권이 진행하고 있는 다른 기업상장 주관에서 최대한 실적을 낼 수 있도록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또다른 대어로 꼽히는 교보생명의 대표주관사로 상장작업을 맡았다.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상장될 예정으로 상장 뒤 시가총액은 5조 원, 공모규모는 1조~2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밖에도 현대오토에버, SNK, 드림텍, 두산공작기계, 에이치라인해운, 엘앤피코스메틱, 지피클럽 등 NH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하는 다수 기업이 올해 안에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
김중곤 NH투자증권 ECM본부장은 “NH투자증권은 규모 있는 다수의 상장주관 거래를 보유하고 있다”며 “상장주관은 고객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순위를 의식하지 않고 거래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