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원장은 18일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을 각각 은행, 공시·조사, 보험 담당 신임 부원장보로 임명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21일부터 신임 부원장보의 3년 임기가 시작된다.
보험감독원 출신 김 부원장보가 은행을, 은행감독원 출신 이 부원장보가 보험을 맡게 된 점은 이례적이다. 금융감독원 사상 비은행권역 출신 인사가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맡게 된 것은 처음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윤 원장은 이번 부원장보 인사를 놓고 “권역 사이 경계를 완화해 새로운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신임 부원장보들이 새로 맡은 업무를 담당할 역량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이례적 권역파괴 인사를 실시한 것은 부원장보 인사를 앞두고 쏟아져 나온 보험 권역 직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역 출신인 이 부원장보가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놓고 보험권역 금감원 직원들과 보험업계의 유착을 끊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금감원 내 보험권역 직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다른 권역을 맡아 온 부원장보를 들이는 거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의 통합으로 설립됐다. 설립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신 권역별 알력이 남아있다.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모바일커뮤니티에는 “보험권역만 비리 집단으로 몰아간다”는 등 보험권역 금감원 직원들의 불만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은행권역 직원들과 논쟁하는 글이 오고가기도 했다.
윤 원장은 부원장보 인사과정에서 불거진 금감원 내 권역 사이 갈등에 은행권역과 보험권역 모두 공평하게 교차적으로 부원장보를 임명하는 해법을 낸 것이다.
윤 원장이 금감원 내부의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부원장보에게 보험담당을 맡기려는 이유는 이 부원장보가 보험회사를 상대로 종합검사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즉시연금 지급 문제로 보험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모든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대로 모든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윤 원장의 요구를 거부하며 법정으로 즉시연금 문제를 끌고 갔다.
금감원과 보험사 사이의 갈등이 법원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과거 자살연금 사태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당시 보험사들이 금감원의 결정을 따르도록 만든 인물이 바로 이 부원장보다.
이 부원장보는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을 놓고 보험회사의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는데도 불구하고 보험회사에 과징금,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통해 자살보험금 지급을 이끌어 냈다.
윤 원장은 보험사들이 윤 원장의 요구를 거부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2년 전에 폐지된 종합검사 제도를 부활시켜 올해 본격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종합검사를 추진하는 데 윤 원장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 부원장보는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검사 첫 대상으로 즉시연금 사태를 촉발한 삼성생명이 지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원장은 18일 금감원 신입직원 임용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생명도 종합검사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