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임금 및 단체협상을 놓고 조종사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회사가 조종사 수급 부족 등을 이유로 적절한 이착륙 횟수와 충분한 휴식 환경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조종사들은 임금인상안을 놓고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2일 오후 12시부터 대한항공 OC빌딩 정문 앞에서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집회를 연다.

조종사노조는 회사가 비행안전을 위해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종사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종사노조 집행부는 지난달 18일부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일 "임금과 단체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사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부터 조종사노조와 임단협을 진행해 왔으나 해가 바뀐 지 석달이 지나도록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회사가 반대의견만 내놓으며 불성실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대한항공은 매년 임금협상을, 2년에 한번씩 단체협상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조종사노조는 회사와 임단협을 이루지 못해 임금은 2013년도안, 단체협상은 2012년도안을 따르고 있다. 

임단협에서 핵심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임금인상과 근무여건이다.

조종사노조는 임금을 총액대비 9.8%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는 애초 2.5% 인상안을 내놓았다가 3% 인상으로 수정안으로 제시했다.

조종사노조는 단체협상에서 이착륙 횟수와 비행시간 제한, 최소 30시간 휴식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 단체협상안은 국내 노선의 경우 1일 이착륙 횟수를 5회로 제한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이착륙 횟수를 4회로 줄여줄 것을 요구한다.

조종사노조는 또 국제노선 조종사 3명 비행 때 착륙 1회, 10시간 이상 장기비행 때 현재 24시간의 휴식을 최소 30시간 휴식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조종사들의 충분한 휴식은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외국의 경우 36시간 휴식을 주는데 최소 30시간을 요구하는 것도 회사가 조종사 수급의 어려움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 비해서도 뒤지는 것"이라며 "안전상 문제를 생각해서라도 최소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일반노조와 지난달 23일 임금피크제 적용과 기본급 3.2%를 인상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2014년 임단협을 최종 타결했다. 지난해 5월 처음 협상을 시작한지 10개월 만이다.

대한항공은 정년퇴직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만 56세 임금을 기점으로 전년 임금의 10%씩을 감액하는 구조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기본급을 평균 3.2% 인상하고 각종 면허수당과 자격수당 인상에도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회사가 일반노조와 낮은 수준에서 임금교섭을 타개해 버리고 그 결과를 조종사노조에게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교섭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회사의 교섭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종사노조의 한 노조원은 “회사 빚이 많으니 직원들 월급을 못 올려주겠다면서도 경영진은 주총에서 임원들 퇴직금을 50%나 인상했다”고 꼬집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임원퇴직금 인상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조양호 회장의 경우 현재 퇴직금이 46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 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에서 받은 26억2830만 원을 포함해 한진, 한진칼, 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상장계열사에서 지난해 모두 61억 원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