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속속 시행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앞으로 중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면 친환경차 라인업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윤몽현 베이징현대 총경리(왼쪽), 진병진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 |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연초부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새로 만든 ‘자동차산업투자관리규정’을 1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조항은 가솔린 자동차기업의 신규 설립 금지다.
중국 정부가 이 규정을 만든 것은 가솔린차를 만드는 기업의 설립을 막고 신에너지차와 스마트카 등 에너지절감형 차종을 생산하거나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1일자로 신에너지차(NEV) 더블포인트 제도도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연간 생산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에너지차로 생산하도록 의무화한 게 이 제도의 뼈대다.
2018년에는 신에너지차 생산 비중이 8%였지만 올해는 이 비중이 10%로 확대된다. 2020년에는 전체 생산량의 최소 12%를 신에너지차로 채워야 한다.
정해진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기업들은 신에너지 포인트를 다른 기업으로 구매해야 한다. 친환경차 생산 비중이 낮은 기업에 일종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신에너지차 더블포인트 제도 확대는 중국의 신에너지차 생산 확대, 중국 자동차기업와 신에너지차 생산기업과의 제휴 가속화를 재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자동차산업 수요를 친환경차 중심으로 옮기려는 정책을 쓰면서 현대기아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현지 생산·판매하는 친환경차의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EV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3종의 친환경차를 판매하고 있다. 총 12종의 라인업 가운데 25% 수준에 머문다.
판매량만을 놓고 보면 현대차의 친환경차는 사실상 구색 갖추기 수준이다.
현대차가 2018년에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판매한 친환경차는 모두 3464대다. 2018년 중국 자동차 판매량(79만177대)의 0.44%에 해당한다.
기아차 사정도 현대차와 다르지 않다.
기아차는 2018년 12월에서야 현지 전략형 차종인 KX3에 기반해 만든 순수 전기차 KX3 E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모두 3종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 베이징현대의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EV. |
현대기아차는 올해 안에 추가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충해 시장 흐름에 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기업이 중국에서 친환경차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 현대기아차가 실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친환경차 대응시기까지 놓치면 입지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테슬라는 7일 중국 상하이에 전기차공장 착공식을 열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모델3와 모델Y등 저가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중국에서 생산하기 위해 모두 8조 원을 투자한다.
독일 완성차기업인 폴스크바겐도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을 늘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발맞추는 동시에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10월에 중국 현지기업인 상하이자동차(SAIC)와 손잡고 중국시장 판매용 전기차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폴크스바겐이 건설하는 합작공장은 상하이에 위치하며 약 2조8천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부터 중국에서 중형·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연간 30만 대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2018년 말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주재로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올해 중국에서 아반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코나EV, 라페스타EV, K3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차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세계에서 친환경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에서 팔리는 친환경차 가운데 절반은 중국에서 판매됐다.
중국의 친환경차 판매량은 미국의 3배이며 한국과 일본, 기타 아시가 국가의 전기차 판매량을 합한 것보다 3배 이상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