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S2019'에 전시된 삼성전자 98인치 QLED TV(왼쪽)와 LG전자 롤러블 TV.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의 화질 경쟁을 넘어 사용경험 개선과 새로운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TV의 디자인과 기능 발전 방향에도 서로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TV를 '생활 속의 디스플레이'로 강조하며 활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반면 LG전자는 TV를 사용할 때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가전'으로 만들어내는 데 주력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2019년은 삼성전자와 LG전자 TV의 해"라며 "TV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디자인과 활용방안이 달라진 TV의 판매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IT전시회 'CES2019'에서 98인치 QLED TV와 75~219인치 크기의 마이크로 LEDTV, '더프레임' 등 다양한 새 TV를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TV의 화면크기를 갈수록 키워 내놓는 대형화 전략에 집중하면서 소비자의 거실 등 생활공간에서 TV가 차지하는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98인치 QLED TV는 보통 사람이 두 팔을 벌린 길이보다 폭이 크고 높이도 성인의 머리에서 무릎 정도까지 오는 정도여서 웬만한 가정의 한쪽 벽면을 거의 다 채운다.
삼성전자는 대형 TV가 사용하지 않을 때는 커다란 검은 화면에 불과해 인테리어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TV를 언제나 사용하는 생활 중심의 디스플레이로 바꿔내는 전략을 쓰고 있다.
▲ 삼성전자 '더프레임'TV와 매직스크린 기능. |
자체 소프트웨어 '매직스크린'을 TV에 적용해 TV가 영상을 재생하지 않을 때 뉴스, 날씨 등 정보 또는 그림과 사진 등 사용자가 원하는 화면을 항상 띄우고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TV를 사물인터넷 가전 생태계의 구심점이자 생활에 가장 필요한 중심 디스플레이로 바꿔내겠다는 삼성전자의 중장기적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일반적으로 TV가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거실에 설치되는 만큼 다른 사물인터넷기기를 확인하고 동작하거나 필요한 시각 정보를 바로 볼 수 있는 화면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CES2019 발표행사에서 "새로운 세대를 이끌 TV 스크린이 어떤 형태가 돼야 할 지 고민해왔다"며 "소비자가 TV 스크린을 통해 더 많은 경험과 가치를 누리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더프레임' 시리즈 TV는 아예 화면 테두리를 그림 액자처럼 꾸밀 수 있도록 개발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인테리어 개선을 위한 대형 액자처럼 보이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매직스크린 공모전 등을 통해 다양한 화면과 소프트웨어 기능을 추가하는 한편 마이크로LED TV에도 매직스크린 기술을 확대적용하며 적극적으로 TV의 활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TV가 영상을 보지 않을 때도 소비자들에 자주 사용되는 제품으로 변화한다면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초대형 TV의 높은 가격에 따른 거부감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LG전자 역시 갈수록 대형화되는 TV가 집안에서 큰 공간을 차지하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가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CES 2019에서 LG전자가 선보인 '롤러블TV'는 사용하지 않을 때 화면을 둘둘 마는 식으로 완전히 숨기는 방식을 해답으로 제시한다.
TV를 아예 보이지 않도록 해 인테리어 개선과 공간 효율화 효과를 높이는 한편 날씨 등 시각정보가 필요하다면 화면을 일부분만 꺼내 작은 크기로 사용할 수 있는 등 활용 방법이 다양하다.
▲ 가구처럼 사용하는 LG전자 'LG오브제'TV. |
LG전자가 최근 가구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선보인 'LG오브제' 시리즈 TV도 비슷한 개념이다.
TV가 꺼진 상태에서 아예 가구처럼 보이도록 하거나 화면을 옆으로 밀고 책장 등 수납용 가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만들어 주변 환경에 튀지 않는 제품이 되도록 한 것이다.
셋톱박스와 게임기 등 TV와 연결해야 하는 기기도 모두 TV 안에 수납할 수 있어 집안에서 TV와 주변기기가 차지하는 공간이나 다른 가구와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TV시장에서 1,2위를 차지하는 최대 경쟁사로 이전부터 치열한 맞대결을 벌여 왔는데 주로 TV 패널과 화질 등 기술적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TV 화질이 상향평준화돼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소비자도 프리미엄TV에서 단순히 화질과 기능보다 더 앞선 가치를 찾게 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TV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수요 확보 경쟁에서 벗어나 각자 독자적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프리미엄TV의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활용성과 가치도 높아져 소비자에 인정받는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체 TV시장 성장을 이끄는 '선의의 경쟁자'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TV 주도권 경쟁이 이번 CES 2019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