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세아베스틸은 지난해에 이어 2019년에도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방산업인 자동차 업황이 부진한 데다 경쟁회사의 시장 진입까지 겹쳤다.
세아베스틸은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특수강시장을 주도했지만 현대제철이 2017년 하반기부터 이 분야에 진입해 세아베스틸의 아성에 도전하면서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2018년 4분기에 세아베스틸의 특수강 판매량은 50만 톤으로 3분기에 팔았던 50만3천 톤에도 못 미쳤다. 3분기가 계절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뼈 아프다.
게다가 현대제철은 아직 생산능력을 모두 가동하지 않은 상태로 자동차용 특수강 생산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세아베스틸이 빼앗길 판매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세아베스틸은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현대기아차에서 내는데 이 특수강 물량을 결국 현대체철에 모두 넘겨주게 될 공산도 크다.
민사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시장 진입으로 세아베스틸이 내수시장에서 자동차용 특수강 판매에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며 “현대제철이 특수강 가동률을 더 올리면 2019년 세아베스틸은 자동차용 특수강 판매가 지난해보다 10만 톤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대로라면 세아베스틸의 자동차용 특수강 판매는 2020년까지 30만 톤 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 때는 70만 톤을 넘어섰는데 반토막도 안된다.
이 대표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2018년 3월 세아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17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완납하면서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사촌인 이주성 세아제강 대표이사와 독립경영체제도 굳어졌다. 이 대표가 상속세를 내는 데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세아지강 지분을 팔아 마련하는 대신 세아홀딩스 지분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의 주요 사업은 특수강과 강관·판재사업으로 축이 나뉘며 세아홀딩스는 특수강부문의 지주회사다. 세아홀딩스 밑으로는 사업회사인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 등이 병렬적으로 연결됐다.
이 대표의 세아제강 지분은 2013년 10.74%에서 현재 4.2%로 줄어든 반면 세아홀딩스 지분은 26.36%에서 35.12%로 늘었다. 이 대표가 세아홀딩스를 맡고 이주성 대표가 세아제강을 맡는 ‘사촌경영’ 형태로 교통정리가 된 셈이다.
이태성 대표는 5년 동안 분할납부해 온 상속세의 무거운 짐을 벗은 만큼 특수강부문의 성장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판매 확대에 중점을 뒀다.
이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현대제철과 승부는 피할 수 없고 세아베스틸은 장기적으로 '탈 현대차'가 불가피하다”라며 “해외법인 설립 등 현지에 직접 진출해 고객과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세아베스틸의 수출물량은 대부분 자동차향 제품으로 동남아 지역의 일본 기업에 주로 판매되고 있다. 마진은 2% 초중반에 불과하지만 세아베스틸의 별도 영업이익률이 2%를 밑도는 만큼 마진이 낮다고는 보기 어렵다.
세아베스틸은 2019년 수출목표로 48만 톤을 잡았다. 2018년 수출한 45톤보다 소폭만 올린 이유는 양보다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현재 수출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수출물량 대부분이 고부가가치 제품인 합금강"이라며 "유럽 등은 성장성이 높지만 수출 쿼터제 문제가 해소돼야 본격적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