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세운 외국회사와 계약을 맺었더라도 해외에 등록된 특허권 사용료에는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삼성전자가 동수원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징수 및 부과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삼성전자에 법인세 691억 원을 반환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0년 11월 글로벌 특허관리 전문기업인 ‘인텔렉튜얼벤처스매니지먼트(IV)’가 보유한 특허권 3만2819개를 3억7천만 달러(약 4282억 원)에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미국 본사가 아닌 IV의 아일랜드 자회사 IVIL과 계약을 했다.
한·미 조세협약에 따르면 특허 사용료에 15%의 법인세를 내야 하지만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을 적용하면 법인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수원세무서는 IVlL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세운 회사에 불과해 특허 사용료에 법인세를 부과하지 않는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이 적용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법인세 등으로 706억 원을 원천징수했다.
원천징수는 외국법인이 국내에서 올린 소득에 세금을 내기 어려울 때, 그 소득을 지급하는 쪽이 미리 일정액을 국세청에 납부하는 제도다.
삼성전자는 법인세 징수 및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다국적기업이 조세 부담이 적은 나라에 자회사를 세워 거래했다는 이유로 조세 회피를 단정할 수 없다”며 동수원세무서가 706억 원을 삼성전자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라면 삼성전자가 IV와 직접 계약하지 않고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IVIL과 계약을 체결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며 “IVIL은 서류상 회사이기 때문에 이번 계약은 한·아일랜드 조세협약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 법원은 “IV가 보유한 특허 가운데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 사용료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게 맞다”며 “부과한 세금 가운데 국내 등록 특허 사용료에 관한 과세 15억 원을 제외한 691억 원은 삼성전자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한·미 조세협약에 비춰볼 때 2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