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운용한 혐의를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에게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특정 연예인들을 방송에서 하차하도록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재철 전 사장과 원세훈 전 원장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구형했다.
▲ 김재철 전 MBC 사장(왼쪽)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연합뉴스> |
검찰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표현의 자유를 무너뜨린 두 사람의 죄질이 무겁다고 봤다.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수장과 MBC의 대표이사가 정권에 비판적 방송을 제작하거나 의견을 표명한 방송인들을 내보내 방송을 장악하려 한 사건”이라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두 사람은 국민의 피땀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며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김 전 MBC 사장과 원 전 원장은 국정원이 작성한 ‘MBC 정상화 문건’을 전달받아 김미화, 김여진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금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사장은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와 PD 등 MBC 직원들을 부당하게 업무에서 배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이 MBC에 재임하던 2010부터 2013년까지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당시 피디였던 최승호 MBC 사장과 이용마 기자 등도 해고했다.
김 전 사장은 최후진술에서 “저는 정치부 기자로서 여당과 야당을 모두 출입해 정치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며 “저는 ‘MBC 정상화 문건’을 본 적도, 받은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다만 김 전 사장의 변호인은 김 전 사장이 당시 MBC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MBC아카데미로 보내 ‘브런치 만드는 법’ 등 업무와 관계없는 교육을 받게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다른 기관에 가서 업무를 간섭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그런 직원을 징계하기도 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2018년 1월 김재철 전 MBC 사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 및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