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9-01-04 16: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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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내수시장에서 판매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한국GM은 ‘고가’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자동차 판매가격을 전격적으로 인하하고 신차를 적극적으로 출시해 올해 적자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
4일 한국GM에 따르면 올해는 ‘판매량 확대’에 온힘을 쏟는다.
2018년 연말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명목으로 KDB산업은행에게서 4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은 데다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법인 설립을 마친 만큼 앞으로 경영수지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새해 벽두부터 주력 차종의 가격을 줄줄이 인하했다.
쉐보레 브랜드의 플래그십(기함) 세단 임팔라를 놓고 모든 트림(차량 세부사양 등에 따른 일종의 등급)에 대해 200만 원씩 판매 가격을 인하했다. 이쿼녹스는 최대 300만 원 싸게 팔기로 했으며 트랙스와 스파크도 각각 최대 84만 원, 50만 원씩 가격을 내렸다.
완성차기업이 세부 차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 차종의 판매가격을 내리는 것은 종종 있지만 한 번에 여러 차종의 판매 가격을 인하한 것은 이례적이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영업부문 부사장은 “쉐보레의 새로운 가격전략은 고객에게 더욱 큰 혜택을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쉐보레의 고객 최우선 가격정책을 통해 우리의 핵심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그동안 한국시장에서 판매가격을 비싸게 책정하고 있다는 논란에 유독 자주 휩싸였다.
2018년 6월 국내에 출시한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이쿼녹스가 대표적이다.
한국GM은 당시 이쿼녹스의 판매가격을 경쟁 차종인 싼타페와 비교해 최소 180만 원 높게 책정했다. 투싼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최대 1천만 원까지 난다.
성능 면에서 특별한 차이를 찾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한국GM이 가격을 무리하게 책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한국GM이 지난해 하반기에 판매한 이쿼녹스는 1700대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GM은 2018년 연말에 신형 말리부와 신형 이쿼녹스 등을 내놓으면서 기존 모델 수준으로 판매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국내에서 통할 수 있는 맞춤형 가격정책을 내놓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인데 1월1일자로 시행한 주력 차종의 판매가격 인하 결정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판매량 반등에 힘을 싣기 위해 가격 인하뿐 아니라 신형 차량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GM은 현재 신형 말리부의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2018년 연말에 엔진 인증을 받았는데 이르면 1월 말, 늦어도 상반기 안에 국내시장에 투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GM은 대형 SUV인 트래버스와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등도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최근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출시를 계기로 대형 SUV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트래버스가 이런 수요 훈풍의 수혜를 볼 수도 있다. 픽업트럭시장도 2018년부터 조금씩 성장하고 있어 한국GM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GM은 최근 2년 사이에 국내에서 영향력이 크게 후퇴했다.
한국GM이 2018년에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은 모두 9만3317대다. 2017년보다 판매량이 29.5%나 빠진 것이며 2016년 판매량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GM의 군산 공장 폐쇄를 계기로 국내 철수설과 ‘먹튀’ 논란 등이 일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히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GM은 2013년 영업이익 9262억 원을 냈지만 이듬해인 2014년 영업손실 1193억 원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2조670억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