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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칼린, 여성들의 욕망을 깨우다

박은영 기자 dreamworker@businesspost.co.kr 2014-03-31 16: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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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칼린, 여성들의 욕망을 깨우다  
▲ 미스터쇼 공연 중 셔츠를 찢는 8명의 남성 배우들

“내숭 떨지 말고 본능에 충실하세요.”

박칼린 감독이 성인 여성들에게 주문한다. 국내 최초로 성인 여성 관객만을 위한 공연이다. 키 185cm의 근육질 남성 8명들이 관객들 앞에서 옷을 찢고, 벗고, 흔든다.

버라이어티 공연 '미스터 쇼(Mr. Show)'에서 여성 관객들은 오롯하게 욕망에 충실한 70분을 즐길 수 있다. 이 공연이 퇴폐적이라는 외설 시비에 시달리고, 전문가들은 형식을 갖추지도 못한 졸작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이 공연을 연출한 박 감독은 대한민국 최초의 뮤지컬 음악 감독으로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박 감독은 "아무런 구애를 받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여자들만을 위한 쇼를 만들고 싶었다"며 "숨겨진 욕망을 활용하면 오히려 더 밝고 건전한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섹시함은 곧 퇴폐적인 것이라는 색안경을 보기 좋게 벗겨줄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우리는 왜 본능에 대해서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하는가?’ 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이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의 본능은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금기시되고 억압되었다고 주장한다. 성을 향유하는 주체로써 여성도 당당히 누릴 것은 누려야 된다는 것이 이 공연의 핵심이고 박 감독의 생각이다.

박 감독은 “여덟 명의 멋진 몸매를 가진 남자들과 70분 동안 정말 즐겁고 건전하게 건강하게 볼 수 있는 공연, 보고 나서도 창피하지 않은 그런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이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어요. 성 자체나 성적 욕망은 너무 자연스러운 거 잖아요. 여성들의 성적 본능이 왜 어두운 곳에서만 있어야 하고 밝은 곳에 있으면 왜 안되지라는 생각을 해왔었죠.”

박 감독은 1995년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로 대한민국 음악감독 1호가 됐고, 2002년 ‘오페라의 유령’, 2004년 ‘노트르담의 곱추’, 2006년 ‘아이다’, 2009년~2010년 ‘시카고’ 등 70편이 넘는 작품을 선보였다. 2010년 KBS ‘남자의 자격’에서 ‘하모니’ 편에 출연해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그냥 강물 흐르듯이 DNA가 가는 방향으로 충실할뿐이다. 새로운 도전을 해야 되겠다거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런 머리도 없고 정말 내 관심사를 쫓아가는 호기심 많은 고양이일뿐이다." 박 감독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공연도 무엇인가 새로운 장르의 지평을 여는 것보다 여성들에게 담백하게 욕망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박칼린, 여성들의 욕망을 깨우다  
▲ 박칼린 음악감독
박 감독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춤비평가상 최우수안구가상을 수상한 김윤규 안무가와 대한민국 연극대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여신동 무대감독, 한국인 최초 프랑스 국립 무대의상 자격증을 취득한 김도연 의상디자이너 등을 불러 모았다.

평균 신장 185㎝의 '근육질 훈남' 8명은 "이 중에 이상형이 없으면 당신은 외계인"이라는 말대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이 공연에 나온 남자들은 8가지 테마로 나눠 여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공략한다. 젖은 교복, 흰 티에 청바지, 선이 잘 빠진 정장, 제복, 무술복 등을 입고 등장한다. 세번째 테마인 청바지에서 남자배우들이 속옷까지 벗어 던지며 뒷모습을 전라로 보여주는 장면도 있다.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춤을 추기도 한다.

이 공연에 대해 퇴폐적이고 외설적이라는 시각과 수위조절에 성공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속옷을 벗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작은 속옷을 입어 혹시나 발생할 미연의 사태에 대비했다고 한다. 박 감독은 "섹시하되, 건강한 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런 의도가 곳곳에 드러난다. 찢어진 청바지 아래에 '곰돌이 푸'와 '피글렛' 모양의 팬티가 나타나고, 테마 사이사이에 입담 좋은 MC가 투입돼 객석에 웃음 폭탄을 안기며 관객들의 긴장을 해소시켜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미스터쇼’의 외설성에 대해 비판하며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여 소비하는 남성들은 오히려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또 남성의 육체적 퍼포먼스를 소비할 때 여성들의 일상생활에 행복이 있는가를 물으며 진정으로 여성의 본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반문한다.

박 감독은 관능과 외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이 스트립쇼라고 폄하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수위 조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퇴폐적인 건 원하지 않는다. 정말 관객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쇼를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결과물에 아주 만족하고 있어 선정성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박 감독의 말이다. 공연에 대한 가치판단은 관객 개개인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박 감독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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