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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지배력 강화, SK그룹 사업구조 개편 돌입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3-24 19: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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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의 지배력 강화, SK그룹 사업구조 개편 돌입  
▲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그룹이 계열사 구조개편에 나서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이번 자회사 편입은 SK그룹이 구조개편에 돌입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수감으로 경영전면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SK그룹을 경영해 왔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현상유지에 중점을 두고 사업구조 개편이나 확장없이 SK그룹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해 말 SK그룹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고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SK그룹 연말인사에서 사장단의 대거 교체로 이어졌다. 연말인사에서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들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전진배치해 친정체제가 구축됐다.

당시 SK그룹이 본격적으로 구조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물론 이는 최태원 회장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SK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의 정점은 지주사인 SK와 SKC&C 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SK텔레콤의 지주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모두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에 대한 취약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그룹 구조개편 출발점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당장 사업구조 개편의 중심에 놓여있다.

두 회사는 과거 SK그룹을 이끌어 온 양대축이었지만 최근 SK하이닉스에 그 위상을 내줄 정도로 실적이 부진하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매출 17조1683억 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해 영업이익은 1조8251억 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9.2%나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매출 65조8757억 원으로 1.2% 감소했고 224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SK하이닉스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때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전체 순이익의 60%를 담당했다. 그런데 단 2 년만에 상황이 역전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SK 계열사 CEO들은 지난해 10월 세미나를 열고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사업구조 개편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 사례를 경험삼아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

연말인사에서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선임돼 사업개편의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장동현 사장은 SK 구조조정추진본부 출신으로 SK텔레콤에서 경영기획실장, 전략기획부문장, 마케팅부문장 등을 지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에 올라 적극적으로 경영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장 사장은 최근 SK텔레콤에서 파격적 위로금을 제시하면서 명예퇴직을 추진하는 등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명예퇴직을 매년 실시했지만 이번에 당근책을 제시했다.

기존 45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나이와 관계없이 15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확대했다. 전체 4200명 직원 가운데 절반가량이 대상이 됐다. 퇴직보상금은 기본급 60개월분에서 80개월분으로 올렸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 사장이 SK텔레콤의 구조조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한다. 자회사 편입이 결정된 SK브로드밴드와 합병수순을 밟기 전에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하려는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SK이노베이션도 구조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구원투수가 된 정철길 사장 역시 SK 구조조정본부 구조조정담당 상무와 인력팀장을 지낸 구조조정 전문가다.

정 사장은 신년사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사업구조·수익구조·재무구조 혁신과제를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2년 전 시작된 야근폐지 운동을 없애고 석식을 부활시켰다. 임금을 동결할 경우 지급하던 200%의 성과급도 폐지하며 조직을 강하게 채찍질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구조 개편과 포트폴리오 점검, 수익·효율성 중심 자산항목 구조조정 등의 본격적 구조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태원의 지배력 강화, SK그룹 사업구조 개편 돌입  
▲ 박정호 SKC&C 사장

◆ SK와 SKC&C 합병 언제 하나


SK그룹 구조개편이 본격화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SKC&C다.

SKC&C는 지주회사인 SK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SK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기업이다. SK그룹은 이전부터 두 회사를 합병해 비정상적 옥상옥 구조를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SK 지분을 0.02%만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SKC&C 지분은 32.9% 소유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C&C를 통해 SK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최 회장이 지주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게 돼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SKC&C는 SK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기도 하다. 합병하면 오너 일가 지분율이 낮아져 규제를 피할 수도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인 박정호 사장을 SKC&C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박 사장은 최 회장의 측근으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에도 깊이 관여했던 인물이다. 이른바 인수합병 전문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박 사장이 SKC&C 대표이사가 된 것은 SK와 SKC&C 합병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박 사장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합병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SK그룹이 본격적으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선 이상 SK와 SKC&C가 합병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

SK와 SKC&C가 합병한 이후 SK텔레콤을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텔레콤은 SK플래닛,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중간지주회사다. 일단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한 이후에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해 사업부문은 독립회사로 남겨두고 투자부문은 SK에 합병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와 SK플래닛이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므로 지배구조가 간단해진다. 그만큼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도 높아지게 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SK와 SKC&C의 합병이 올해 안에 추진될 것으로 전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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