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올해도 국내 수입차 판매량에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이어 2위에 머물 것이 확실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을 기준으로 BMW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1만6756대 뒤져 있다.
BMW코리아의 하반기 판매량이 월 평균 2천 대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판매량을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BMW코리아는 수입차 판매부문에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으로 1위 기업에 올랐다가 2016년과 2017년에 1위 자리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내줬다.
올해 신차를 대규모로 출시하며 1위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졌지만 주행 중 차량 화재사고로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소비자의 외면과 법적 처벌에 직면하게 됐다.
BMW코리아의 올해 초 출발은 양호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 평균 자동차를 5천 대 안팎으로 팔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계속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BMW코리아의 선전을 이끌어왔던 대량 판매모델인 ‘520d’에서 4월부터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7월에 사흘에 한 번 꼴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가 7월 말에 BMW코리아가 수입해 판매하는 BMW 520d 차종 등 10만6317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BMW코리아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의 수입차시장 경쟁구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520d 판매량은 5월 1239대, 6월 963대로 집계돼 각각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 2위를 차지했지만 화재사고 논란이 사회적으로 공론화한 7월 523대로 급감한 데 이어 8월에는 107대 판매되는데 그쳤다.
BMW코리아가 520d 판매로만 전체 판매량의 20%가량을 채웠던 점을 감안할 때 520d 판매의 급감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BMW코리아는 수 년 동안 520d의 이름을 월별 베스트셀링카 명단에 올렸지만 하반기에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이 8월 초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고 수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고객들에게 직접 사과했지만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BMW코리아는 9~11월 3개월 동안 자동차를 모두 6659대 팔았는데 이는 2017년 11월 한 달 판매량인 6827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BMW코리아의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이 BMW 차량의 화재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한 민관 합동조사단은 24일 “BMW가 화재사고와 관련한 자동차 부품 결함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늑장리콜을 실시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며 “관련 사유를 근거로 BMW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MW코리아는 애초 화재사고 논란을 조기에 수습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판매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BMW측의 리콜조치를 놓고 법적 문제가 있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으면서 이런 구상에 타격을 입게 될 상황에 몰렸다.
검찰수사를 통해 BMW코리아가 사고 수습 과정에서 행정부와 소비자를 속였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BMW코리아로서는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설 자리를 찾는 데 최소 수 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BMW코리아는 현재 BMW 본사와 협의해 화재사고와 관련한 리콜 대상 차량을 놓고 보상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