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의 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에 관한 판단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한국투자증권에 내릴 제재 수위가 발행어음시장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크다.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사실상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신용을 공여한 것으로 위법한 대출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중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금감원이 논의를 2019년 1월로 미뤘다.
증권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중징계를 받게 되면 국내 발행어음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바라본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활용을 놓고 그동안 일반적 거래로 인식된 데 금감원이 처음으로 내리는 제재 결정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을 놓고 금감원의 제재 범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결정이 될 것"이라며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대출 등은 업계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거래방식인 만큼 한국투자증권에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국내 증권사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발행어음은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조달한 자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혀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제77조의6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범위를 놓고 비율과 투자 대상의 신용등급 제한 등 투자범위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개인에게 신용공여 금지, 기업금융과 관련이 없는 파생상품 투자금지 등 금지사항도 규정돼 있다.
발행어음 사업자로서는 법이 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투자처에만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셈이라 자금을 모아 놓고도 쓸 곳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발행어음의 단점을 인식하고 유권해석을 통해 외화표시 발행어음의 발행을 허용하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나 종합금융회사들이 발행어음을 투자 포트폴리오안에 넣을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는 등 움직임을 보여 왔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활용처를 늘려 발행어음의 ‘모험자금’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을 중징계 한다면 발행어음의 단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차라리 복잡하더라도 발행어음 말고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최근 전통적 수입원인 위탁매매(브로커리지)부문의 수입이 줄어들고 있어 투자금융(IB)부문의 강화가 절실하다.
3분기 국내 증권사의 위탁매매 부문 수입은 2분기보다 2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3분기의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9조4천억 원으로 2분기 13조9천억 원보다 33% 줄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은 2019년에도 올해 3분기 수준의 분기 실적을 이어가는데 그칠 것”이라며 “2019년 국내 증권사의 업종 순이익은 올해보다 14%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