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이 모회사인 KT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치열해지는 인터넷은행 분야에서 케이뱅크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21일 케이뱅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대출상품 재개뿐만 아니라 케이뱅크만의 독자적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케이뱅크는 97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약 4800억 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지키기 위해 판매가 중단됐던 케이뱅크의 대출상품이 2019년 1월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판매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단순한 금융상품 개발에 앞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본금을 늘리는 수순과 발맞춰 모바일슈랑스, 뮤직케이 등 케이뱅크만의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슈랑스는 영업점을 찾지 않고 은행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험상품을 손쉽게 비교하고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다. 케이뱅크가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해 1년 만에 2천 건을 넘는 가입성과를 거뒀다.
뮤직케이는 케이뱅크의 정기예금상품이다.
고객이 30일 단위로 이자와 음악 이용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이자를 받는 대신 한 달 동안 이자금액보다 많은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케이뱅크는 모바일슈랑스나 뮤직케이 등 새 상품의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가지니는 7월 기준 가입자수가 100만 명을 넘겼다. 케이뱅크가 기가지니 사용자를 상대로 비대면 방식을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한다면 더욱 많은 고객들을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뮤직케이를 통해 이자 대신 제공되는 콘텐츠가 장차 음악에서 책이나 영화 등 다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모바일슈랑스, 뮤직케이 등의 상품을 KT ‘기가지니’에서도 접할 수 있도록 추진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이외에도 빅데이터, 통신망 등 KT의 인프라를 통해 사업모델을 개선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KT가 이동통신을 통해 가입자 2천만 명을 달성하며 축적한 빅데이터는 금융에서 활용도가 높은 자산이다.
금융위원회가 2019년부터 금융회사들이 개인 신용정보와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 식별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 점도 케이뱅크에 수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금융정보와 통신데이터를 접목하고 고도화해 새로운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CSS)을 만들 것”이라며 “이미 중금리대출부문에서 통신비 납부실적 등의 빅데이터가 사용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예금, 대출과 다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기존 은행들과 단순한 자본 대결을 벌이는 구도에서 벗어나 케이뱅크만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새 사업모델을 발굴할 필요성이 절실하기도 하다.
경쟁회사 카카오뱅크가 카카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우위를 굳히고 있는 데다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쟁쟁한 기존 은행들이 3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발표한 보고서 ‘해외 인터넷은행의 최근 현황과 시사점’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는 기존 은행들과 비교해 얼마나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