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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를 '중앙경영대'로 변경중인 박용성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3-30 2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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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를 '중앙경영대'로 변경중인 박용성  
▲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2004년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대학이 전인교육의 장이자 학문의 전당이라는 소리는 이미 옛이야기”라며 “이제는 (대학이) 직업교육소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이 2008년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박 이사장의 뜻은 현실이 됐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업식 경영방식이 이식되면서 중앙대를 경영대 위주로 재편했다.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박 이사장이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수전이 한참 벌어지던 2008년 두산이 중앙대 병원에 관심을 뒀다는 점 때문에 서울대병원장 출신인 박용현 회장이 이사장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두산그룹의 실질적 회장 역할을 하던 박 이사장이 직접 전면에 나섰다. 그는 취임 후 “제대로 된 대학 하나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이 바라는 ‘제대로 된 대학’은 철저하게 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박 이사장은 나라를 이끄는 집단은 기업이며 이들이 중앙대의 ‘최대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들은 졸업하자마자 바로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 박 이사장은 2009년 “현재의 대학 교양과목은 구청 문화센터 수준”이라며 “심신의 교양을 쌓는 것은 대학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대는 2009년부터 ‘회계와 사회’를 필수강의로 지정해 모든 학생이 회계 수업을 듣도록 했다. 2010년 기존의 18개 단과대와 77개 학과는 11개 단과대학과 49개 학과로 재편됐다. 박 이사장은 이런 구조조정을 앞둔 2009년 “이공계라고 회계를 하나도 안 가르치다보니 들어온 돈을 왼쪽에 쓸지 오른쪽에 쓸지도 모른다”며 “기업인들에게 ‘중앙대 애들 뽑아놓으니 숫자는 좀 알더라’는 평가를 받는 게 내 목표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 학과는 된서리를 맞았다. 2010년 구조조정에서 외국어대학의 독어학과와 불어학과가 폐지됐다. 일본어문학․중국어문학․비교민속학은 아시아문화학부로, 독일어문학․프랑스어문학․러시아어문학은 유럽문화학부로 통합됐다. 예술 분야도 3개 단과대와 14개 모집단위에서 1개 단과대 내 5개 학부로 광역화됐다.

지난해 3월 사회과학대학 아래 있던 학과 4개(가족복지․사회복지․아동복지․청소년복지학과)를 사회복지학부로 합치고 아시아문화학부 소속 전공 1개를 폐지하는 구조조정을 강행해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대신 경영과 경제 계열은 날개를 달았다. 2010년 신설된 경영학부 글로벌금융학과는 금융산업 인력 양성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입학생은 금융 전문가와 재무회계 전문가 중 한쪽을 골라 실무 과정을 학부에서 배울 수 있다. 더불어 재학 중 공인회계사나 공인재무분석사․미국공인회계사 등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졸업 후 바로 일할 수 있도록 했다.

2010년 자유전공학부를 대체해 생긴 공공인재학부는 성균관대의 글로벌리더학부와 마찬가지로 법조인이나 고위공무원 등을 길러내는 것이 목적이다. 행정학을 택한 학생은 행정고시 등 국가고시를 준비하며 정책학으로 갈 경우 국가정책 전문가 교육을 밟거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 위주의 강의를 듣게 된다. 2년 간의 영어 원어민 수업 외에도 공기업과 공공규범 등 연계전공을 들을 수 있다.

2011년 국제물류학과와 융합공학부가 신설됐다. 국제물류학과는 조금 더 산학협력에 집중한 경우다. 1~2학년은 안성캠퍼스에서 영어와 전공 기초교육을 집중적으로 이수한 뒤 3학년부터 서울캠퍼스로 올라와 실무교육을 받는다. 이를 위해 2012년 CJ해양통운과 양해각서(MOU)를 맺어 2년 동안 장학금과 국내외 인턴십을 제공한 뒤 정식 취직 기회를 부여했다.

중앙대는 지난해 3월 현대글로비스와 양해각서를 맺어 취업연계형 인턴십 외에도 석사과정 연구 및 위탁교육 등을 추진 중이다. 융합공학부는 기초․응용과학 기술 개발을 목표로 바이오메디컬공학․나노바이오소재공학․디지털이미징전공 등 세부 전공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학과는 모두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학과다. 그만큼 취업률도 높다. 박 이사장이 2009년 입시 설명회에 직접 나와 “자녀를 보내주면 책임지고 가르치겠습니다”고 공언한 학과이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중앙대는 박 이사장이 원하던 대로 ‘중앙 경영대’로 발전하고 있다. 박 이사장도 “솔직히 말하면 자본주의 논리가 어딜 가나 통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다.

  중앙대를 '중앙경영대'로 변경중인 박용성  
▲ 2010년 7월 중앙대 총학생회가 서울 종로구 혜화경찰서 앞에서 두산중공업의 중앙대 학생 사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학과 기업의 차이는 늘 박 이사장의 발목을 잡는다. 박 이사장은 기업에 즉시 투입해 성과를 낼 인력을 만드는 장소로 대학을 본다. 이런 생각은 학문의 공동체로 대학을 보는 기존 시각과 본질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박 이사장의 ‘중앙 경영대’ 운영에 대해 강내희 교수는 “박 이사장의 ‘기업식 운영론’은 대학의 민주주의와 이념 및 학문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부정하고 짓밟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의 기업식 의사결정도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교수 연봉제 개혁안이 1년 뒤에 처리된 것을 놓고 “기업에서 연봉제를 시행하려면 한 달이면 끝나는데 지금 취임 100일이 되도록 실행을 못 하고 있다”며 “기업 같으면 서너 달에 끝냈을 일도 여기서는 절차가 복잡하고 명분만 따지니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교수들은 박 이사장이 너무 독단적이라며 우려를 제기한다.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2009년 “이사장은 총장 임면권을 갖고 있으나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고부응 중앙대 영문과 교수도 “이사장이 한 말을 교무위가 추인하는 방식으로 일이 처리된다”며 “합리적 의사결정 방식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중앙대가 파업을 벌이던 청소노동자에게 제기한 ‘100만 원 대자보 소송’은 두산의 기업식 경영이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사례다.

중앙대는 당시 열악한 처우개선과 고용승계를 외치며 총장실 점거 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 37명을 상대로 ‘퇴거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중앙대는 청소노동자들이 ▲교내 농성·시위 ▲앰프와 확성기 등을 이용해 연설 및 노동가요를 외치는 행위 ▲고성으로 구호를 외치는 행위 ▲비방 목적의 유인물 배포 및 피켓·벽보·현수막 게시 ▲학교 설비에 스티커·대자보 등을 부착하는 행위 등을 할 때마다 1회당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신청도 함께 냈다. 당시 청소노동자들의 1개월 봉급은 평균 120만 원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앙대 재학생들은 본격적으로 학교 비판에 나섰다. 중앙대 본관과 법학관 등에 ‘이 대자보는 100만 원짜리입니다’ ‘여기에도 100만 원짜리 대자보가 있습니다’ 같은 학생 대자보가 연속해 붙었다. 대자보에 가짜 100만 원 지폐를 붙인 한 대자보 작성자는 “대학은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100만 원이 없어도 대자보를 붙일 수 있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고 학교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국 중앙대는 지난 9일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

박 이사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지방캠퍼스 이전도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박 이사장 취임 후 중앙대는 안성에 있던 지방캠퍼스를 경기도 인천과 하남으로 옮기려고 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인천시와 하남시에 캠퍼스 건립 계획을 제출하고 양해각서를 맺었다.

그러나 안성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같은해 10월 기자회견에서 “중앙대 하남 이전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해 5월13일 인천과 맺은 캠퍼스 건설 기본협약도 삐걱거리는 중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사업을 추진할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면서 중앙대가 매각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박 이사장은 “학교는 매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박했고 두산중공업이 지난달 중앙대에 발전기금 70억 원을 기부해 이를 진화했다.

박 이사장은 저돌적이다. 2009년 열린 교수간담회에서 “내 발목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손목을 자르고, 그래도 잡는다면 내 발목을 자르고라도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중앙대도 그렇게 운영해 왔다. 그런 박 이사장에게 대학은 답답한 공간이기도 하다. 박 이사장은 “기업과 학교가 얼마나 다른지 내가 요즘 도를 닦는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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