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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3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무공천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제안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2010년 세종시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정몽준 의원과 벌였던 ‘미생지신(尾生之信) 논쟁’을 꺼내 들어 눈길을 끌었다. 안 대표가 박 대통령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인데, 박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한 후보의 한사람이자 제1야당의 대표로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를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기초선거 공천폐지 문제를 비롯해 정국 현안을 직접 만나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의 이번 제안은 당의 기초선거 무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면담 카드로 무공천 방침을 명확히 해 야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기초선거 무공천이 박 대통령의 공약임을 들어 박 대통령을 직접 압박해 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도 분석된다.
안 대표는 “정치인이 거짓공약과 약속을 내세웠다가 언제든지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큰 해악이 될 것”이라며 “약속의 이행은 정치, 나아가 사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기본”이라고 공세를 폈다.
안 대표는 또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4년 전 벌어진 박 대통령과 정몽준 의원의 미생지신(尾生之信) 논쟁을 들어 "지금 박대통령은 미생의 죽음을 어떻게 보는 지 궁금하다“며 ”4년 전 미생에 대한 입장이라면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생지신은 춘추시대 노 나라에 미생이라는 사람이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기다렸으나 여자가 오지 않자 소나기가 내려 물이 밀려와도 끝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죽었다는 얘기를 말한다. 전국시대 소진은 이 이야기를 신의를 강조하는 예로 삼았다. 그러나 장자는 명분에 집작한 채 융통성없는 예로 들었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쟁 때 정몽준 의원은 미생지신의 고사를 들어 세종시 원안을 고수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자 박 대통령은 미생이 신의를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라며 반박한 일이 있다.
안 대표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때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약속한 만큼 과거 미생지신의 사례를 들어 목숨을 버리더라도 약속을 지킬 것을 강조한 것처럼 공약을 이행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은 원래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 실리 차원에서 약속을 어기기로 한 것인가? 아니면 지키고 싶지만 새누리당이 반대하는가? 이중 어느 것인가"라고 박 대통령을 향해 질문을 던지며 대답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여의도 문제는 여야 관계에 맡기고 관여하지 않는 게 대통령의 방침'이라는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에 대해 "정말 경우에 맞지 않는 말"이라며 "만약 그런 논리라면 원래부터 공약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안 대표의 제안에 대해 "당내 반발을 모면할 목적"이라고 맹비난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 대표가 민주당과 합당한 전제 조건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라며 "야당은 기초선거 공천 폐지 때문에 패할 가능성이 높아 미리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내부 봉합도 하지 못한 채 대통령을 향해 이런 요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할 따름"이라며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내부 갈등은 내부에서 먼저 봉합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