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 기자 eunji@businesspost.co.kr2018-12-16 13: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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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귀국 때 생명의 위험이 있다 판단되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번 판결은 인도적 체류 허가 여부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최초의 사례다.
▲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승원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판사는 시리아 국민 A씨가 서울출입국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연합뉴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승원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판사는 시리아 국민 A씨가 서울출입국을 상대로 난민 불인정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단기방문(C-3)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한 A씨는 시리아가 내전 상태여서 돌아가면 전쟁에 징집돼 죽을 수 있다며 법무부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울출입국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A씨가 난민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봤다.
단순히 본국의 치안이 불안한 상태라거나 병역을 향한 반감 혹은 전투의 공포로 징집을 거부하려 하는 것만으로는 난민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난민법 제 2조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를 난민 인정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난민이 아니라 해도 ‘인도적 체류’는 허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난민법은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아도 ‘고문 등의 비인간적 처우나 처벌 또는 그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사람을 인도적 체류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내전 중인 시리아로 돌아가게 되면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리라는 점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서울출입국은 인도적 체류 허가가 소송의 대상이 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난민 신청자는 인도적 체류 허가를 신청할 권리가 없고 당국이 이를 불허했을 때 행정소송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도적 체류 허가는 외국인의 출입국 및 체류 관리와 관련한 법 집행으로 공권력의 행사임이 분명하다”라며 “당국의 허가 여부에 따라 외국인의 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다는 점이 명백하므로 A씨에게 이를 구할 신청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