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형트럭 시장에서도 수입차의 공세로 현대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상용차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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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톤 이상 대형트럭은 모두 1만5300여 대가 판매됐다.
이 가운데 현대차 대형트럭이 8100여로 점유율 52.7%를 차지했다. 수입차는 3900여 대로 25.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대형트럭 시장에서 수입차가 점유율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만 해도 대형트럭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70%를 넘었다.
하지만 수입차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 대형트럭 판매량은 2010년 9500여 대에서 2013년 6900여 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판매량은 늘었지만 점유율은 오히려 3.7%포인트 떨어졌다.
대형트럭은 판매량 기준으로 전체 트럭시장의 9%밖에 되지 않지만 시장 규모는 1조5700억 원으로 전체 트럭시장의 40%를 넘는다. 한 대당 평균가격이 1억 원이 넘기 때문이다.
수입 상용차업체들은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6’을 충족하는 새로운 모델을 속속 출시하며 한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상용차 제조사인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최근 덤프, 트랙터, 카고 등 전 부문에서 유로6 기준에 맞춘 완전변경 모델 13종을 새로 선보였다. 다임러트럭코리아가 국내에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한 것은 10년 전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이다.
수입 대형트럭 판매 1위인 볼보트럭코리아도 장거리 수송용 트럭과 건설용 트럭 등을 내놓았다.
수입 대형트럭은 국내 대형트럭보다 1천만 원 이상 비싸다. 하지만 상용차는 한 번 구매하면 오래 타는 경향이 있어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할 때 연비나 기술을 중시한다. 현대차는 가격경쟁력에서 앞서지만 다른 면에서 수입차보다 뒤져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몽구 회장은 수입차의 공세에 맞서 현대차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2조 원을 투입해 상용차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형 트럭을 생산하는 전주공장의 생산량을 현재 6만5천 대에서 2020년까지 10만 대로 늘리고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강화한다.
현대차는 전주에 있는 상용차 연구소의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일부인 300여 명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연구소로 옮긴다는 계획도 밝혔다. 상용차 부문보다 앞서 있는 승용차 부문의 기술력을 참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대차의 계획은 시작부터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등이 연구인력 유출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3년에도 상용차 연구인력 재배치를 추진했으나 지역의 강한 반발로 포기한 적이 있다.
전북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현대차 전주공장을 방문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