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12-09 16: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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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새 기업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정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태광그룹은 9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상설기구로 정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며 “앞으로 그룹의 주요 경영 활동에 탈·위법 요소가 없는지 사전 심의하고 진행되고 있는 사안도 일정한 기준으로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임수빈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
태광그룹은 정도경영위원회를 총괄할 위원장으로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영입했다.
임 전 검사는 “태광그룹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지배구조 개선 활동과 오너 개인 지분의 무상증여 등에서 개혁의 진정성을 느껴 수락했다”며 “기업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저에게 수차례 부탁했다는 것도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임 전 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맡다가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던 검사로 유명하다.
당시 검찰 수뇌부들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 임 전 검사는 “언론의 자유 등에 비춰볼 때 보도제작진을 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대의견을 냈고 끝내 사표를 내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2009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2010년부터 법무법인 동인의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2017년부터 법무법인 서평의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2017년에는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에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이라는 논물을 내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논문에서 “수사는 잘하는 것보다 바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국민권익위원장에 내정되기도 했지만 개인 사정을 이유로 고사한 뒤 계속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태광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도경영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여한다. 황신용 전 SK하이닉스 상무도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정도경영은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가 평생 지켜 온 경영철학”이라며 “도덕성과 전문성을 지닌 외부 인사를 영입한것은 객관적 시각과 엄정한 잣대로 그룹을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이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규제 당국의 움직임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 정도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회사에 9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이후 간암 치료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KBS와 MBC 등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재판을 받는 동안 흡연과 음주 등을 계속 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