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다가오는 친환경 선박 시대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선주들은 새 환경 규제를 앞두고 여러 대책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든 경우의 수를 일찍부터 대비해 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새 환경 규제를 계기로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1월부터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²)의 배출량을 더욱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선주들이 이에 대응하려면 기존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개조하거나 LNG추진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선박 개조는 황산화물 세정장치인 스크러버나 평형수 처리장치 등을 설치하는 것이고 LNG추진선은 석유 대신 LNG를 연료로 쓰는 배를 말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어느 쪽이든 대응이 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LNG추진선은 국내 조선3사가 독보적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 보니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3사 중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은 가장 많은 LNG추진선 수주실적을 쌓고 있다. 러시아 소브콤플로트(SCF)의 아프라막스급 유조선, 에이치라인해운(H-Line)의 케이프급 벌크선,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쉬핑(EPS)의 1만4천TEU급 컨테이너선 등 대다수 선종에서 수주를 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영국 로이드선급, 호주 우드사이드 등과 초대형 광탄운반선(VLOC)도 공동 개발에 들어가는 등 그동안 내줬던 벌크선시장까지 차지할 기세"라며 "LNG추진선 발주가 확산될 때 대장주이자 최선호주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수혜를 볼 수 있다. LNG추진선이 늘어날 수록 항만에 있는 LNG 충전 시설로 연료를 옮길 소형 LNG운반선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소형 LNG운반선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아직은 LNG추진선을 새로 발주하기보다 스크러버 등 선박 개조를 선택하는 선주들이 많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분야에서도 걱정이 없다.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일렉트릭이 선박 개조 관련사업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100% 자회사로 스크러버와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설치사업 등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스크러버는 환경에 해롭다는 논란 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투자 회수기간이 짧고 경제성이 높다보니 많은 선주들이 선택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 10월까지 95척의 설치 계약을 따냈다.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납기기간이 7~8개월로 짧은 데다 가격도 싸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중공업이 새로 건조하는 선박에 스크러버를 장착할 때도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협력이 가능하다.

현대일렉트릭은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선박 연비를 높이는 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4월 세계 최대 산업기술박람회인 하노버매세2018에서 선박기관 및 전력계통을 원격으로 관리하면서 선박 운항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스마트십 솔루션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유사업을 하는 현대오일뱅크 역시 IMO의 황 함유량 규제로 수익성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선박에 주로 사용되는 고유황유는 세계 연료유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 환경 규제가 시작되면 고유황유에서 등경유 등 황 함유량이 낮은 중간유분으로 수요가 급격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유황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사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는 제품에서 중간유분인 등경유 비중이 55%를 넘어서는 반면 고유황유 비중은 0%에 가깝다. 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 비중은 높고 가격이 떨어질 제품은 없다시피 한 셈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은 새 환경 규제에 발맞춰 현대중공업(LNG추진선)과 현대글로벌서비스(스크러버), 현대오일뱅크(저유황유) 등으로 '삼각편대'를 확보한 유일한 회사"라며 "규제가 가시화될수록 시장에서 주요 수혜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