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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잔혹사, 정준양은 이석채의 길을 걷나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3-16 16: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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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회장 잔혹사, 정준양은 이석채의 길을 걷나  
▲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2013년 12월13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2주기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이석채 전 KT 회장의 뒤를 밟게 될까?

포스코건설 해외비자금을 수사해 온 검찰의 칼끝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으로 향했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어온 '회장 잔혹사'를 또 다시 되풀이하게 됐다.

정 전 회장은 이석채 전 KT 회장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사임압력을 버티가 결국 물러났지만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석채 전 회장이 사임한 뒤 곧바로 물러나 검찰의 칼 끝을 피하는가 했더니 이번에 비자금 수사 대상에 올라 이 전 회장과 ‘닮은꼴’ 행보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혐의에 대한 수사가 포스코의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과거 포스코의 해외사업을 주도해 온 정 전 회장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 등 10여개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사들여 포스코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포스코 자회사는 2007년 20여개 정도였으나 정 전 회장이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2012년 70개를 넘어섰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실세들로부터 인수 로비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포스코건설의 200억 원 비자금 조성에도 정 전 회장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무늬만 민영기업' 포스코와 KT 수장의 잔혹사

정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 전쟁을 선포하며 지난 정부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포스코 회장에 올랐던 만큼 정 전 회장이 정권 실세의 요구를 쉽게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전 정권의 실세로 범위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3월 임기 3년의 회장으로 연임이 결정됐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서열에서 각각 6위와 11위에 올라 있으며 재벌기업을 제외하고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이다.

한때 정부가 최대주주였다가 민영화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포스코는 2000년, KT는 2002년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해 민간기업이 됐다.

하지만 대주주가 없는 데다 공기업 혹은 국민기업이라는 과거 그림자가 남아 있어 끊임없이 정권의 외압에 시달렸다. 그래서 무늬만 민간기업이라는 말을 들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박근혜 정부로부터 끊임없는 사임압박을 받았다.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6월 시진핑 국가주석 방한 때 국빈만찬에 최대받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그해 8월 말 청와대에서 열린 10대그룹 총수와 회동에서도 참석하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똑같이 사임압박을 받던 이석채 전 KT회장이 물러나자 2013년 11월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정 전 회장은 1년4개월이나 임기를 남겨둔 상태였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외압과 외풍이 없었다”고 말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었다. 정재계 안팎에서 이석채 전 회장이 정권의 직간접적 압박에 저항하다 결국 사의를 표명한 뒤 정 전 회장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도 이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포스코에 국세청 세무조사가 들어오는 등 압박의 강도가 세지자 백기를 든 것으로 관측됐다.

국세청은 2013년 9월 초 서울포스코센터, 포항본사, 광양제철소에 동시다발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당시 정기적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외압을 일축했으나 재계에서 현 정부가 정 전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정 전 회장이 유력 후보였던 윤석만 포스코 사장을 밀어내고 포스코 회장에 오른 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MB정부의 핵심실세였던 영포라인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포스코 회장 잔혹사, 정준양은 이석채의 길을 걷나  
▲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14년 9월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 정준양, 이석채와 '닮은꼴' 운명되나


MB정권의 전폭적 지원을 입고 회장에 올랐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궁지에 몰리는 과정은 KT의 이석채 전 회장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KT는 정부 지분이 0.1%도 없는 완전한 민영기업이다. 그런데도 KT는 정권교체기마다 외압에 시달렸다.

이 전 회장은 경상북도 성주가 고향으로 1969년 행시 7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경제기획원 예산실장과 문민정부 시절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이 전 회장은 2009년 1월 KT회장으로 선임됐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라는 말을 들었다.

이 전 회장은 탈통신을 외치며 30개에 이르던 KT 자회사 수를 무려 52개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했다.

이 전 회장 시절 KT의 사업은 문어발처럼 확장됐고, 이명박 정부 사람들도 낙하산으로 KT에 속속 입성했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사임압박을 받았지만 버티기하다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검찰의 칼 끝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비통신분야 회사를 인수합병하고 투자하는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수사했다.

이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결국 불구속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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