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렸다. 보험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역마진이 심화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맏형’인 삼성생명도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올해 수익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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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지면서 금융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과 보험업계는 울상이다. 반면 펀드나 주식투자로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증권업계는 화색이 감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으로 보험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본다. 보험업계의 역마진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운용자금의 대부분을 채권 등으로 운용하고 있어 금리가 하락하면 수익률이 악화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4.9%다. 고객들이 낸 돈을 운용해 평균 4.9%의 금리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뜻이다. 저금리기조가 장기화하면 운용자산수익률이 떨어진다.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수익율은 4.5%선에 그쳐 보험료적립금 평균 이율보다 0.4%가 낮아졌다. 벌어들인 돈보다 고객들에게 줘야 하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상태인 것이다.
금리가 더 떨어지면 역마진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한 확정형 고금리 상품도 발목을 잡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 5~7% 확정금리 보장형 보험상품을 대거 판매했다.
금융감독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5% 이상 고금리 확정이율 계약 비중은 전체 보험료 적립금 424조6천억 원 가운데 33.1%인 140조6천억 원이나 된다. 이 가운데 71.1%인 99조9천억 원은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3곳에 집중돼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확정금리 6% 이상의 상품비중이 80%나 돼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생명은 초저금리 대비 비상회의를 열어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차 역마진 규모와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 등 대책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지금처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수익성 악화를 피할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을 낮추는 것이다. 공시이율은 보험사가 운용자산이익률 등을 반영해 금리연동형 상품에 적용하는 금리다.
공시이율이 높으면 고객이 받는 환급금이나 중도해약금 액수가 많아진다. 반대로 공시이율이 낮으면 고객이 받는 보험금은 줄어든다.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조만간 공시이율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장기 투자처를 찾고 투자를 다변화하는 전략도 시급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처럼 대형보험사일수록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계약금액 규모가 커 타격이 더 심할 것”이라며 “몇 달 안에 공시이율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음에도 주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12만8천 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올해 들어 내림세로 접어들어 10만 원 밑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지난해 말에 비하면 하락폭이 25%나 된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주가하락 요인이 없는 데도 삼성생명 주가가 이처럼 부진한 이유로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업황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김창수 사장은 올해 자산운용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김 사장은 투자사업부를 삼성자산운용으로 넘겨 주식과 채권 투자부문을 일원화했다. 또 부동산사업부를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으로 넘기기도 했다.
김 사장은 해외에서 신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도 내놓았다. 수익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13일 삼성생명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잉여자본 주주환원 등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