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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광주형 일자리', 독일 폴크스바겐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11-19 16: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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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일자리 창출 모델로 주목받았던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노동계 사이의 견해차가 큰 데다 직접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광주광역시만 애를 태우고 있다.
 
표류하는 '광주형 일자리', 독일 폴크스바겐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사옥.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로 현대차와 노동계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장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광주광역시와 전문가, 노동계 인사 등이 포함된 광주광역시 투자유치협상단이 주도하고 있다.

투자유치협상단은 전체회의를 통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지역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한 투자의향서(안)을 토대로 현대차를 설득한다. 이를 현대차가 거부하면 다시 지역 노동계와 협의해 협상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현대차와 노동계 사이에서 의견 조율 역할을 맡은 것인데 이런 방식으로는 양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협상의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독일 완성차기업 폴크스바겐 사례를 참고해 현대차와 노동계가 서로 대타협할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폴크스바겐은 1999년 고임금과 생산성 저하라는 이중고에 맞닥뜨려 경쟁력이 떨어지자 임금 수준이 낮은 동유럽에 별도의 법인과 생산공장을 지으려고 했다.

그러나 본사가 위치한 폴프스부르크 지역사회와 노조가 “공장의 해외 이전은 안 된다”고 반대하자 폴크스바겐은 맘을 바꿔 임금의 80%를 받는 조건으로 실업자 5천 명을 고용하는 ‘아우토퓐프타우젠트 플랜(아우토5000 플랜)’을 노조에 제안했다.

아우토5000 플랜은 폴크스바겐에서 만든 독립 유한책임회사에 실업자 5천 명을 임금 5천 마르크에 고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5천 마르크는 폴크스바겐 노동자들이 받는 급여보다 약 20% 낮은 수준이었다. 

노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다.

폴크스바겐과 노조의 협상은 아우토5000 플랜이 제시된 뒤 1년 반가량 거의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 때 독일 정부가 나섰다. 당시 독일 내각을 이끌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업률이 12%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폴크스바겐의 공장 이전으로 경제 위기가 심화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슈뢰더 총리는 페터 하르츠 폴크스바겐 노동이사의 60번째 생일파티에 노사 관계자를 초청해 “경영자뿐 아니라 노조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책임져야 한다”며 양측을 설득했다.

결국 슈뢰더 총리의 적극적 중재에 힘입어 노사는 ‘아우토5000 플랜’에 합의했고 2002년 3월부터 폴크스바겐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 80% 수준을 받는 조건에 장기 실업자와 청년 실업자들이 채용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아우토5000은 2009년 별도 법인이 폴크스바겐에 편입될 때까지 진행됐다.
 
표류하는 '광주형 일자리', 독일 폴크스바겐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 10월26일 저녁 광주광역시 동구 한 식당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왼쪽)와 이용섭 시장이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아우토5000플랜 추진을 둘러싼 폴크스바겐과 노동계의 갈등은 광주형 일자리사업 추진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현대차는 정규직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 광주시에 위탁공장을 세우려고 하지만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 등은 ‘나쁜 일자리’라며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사례처럼 노사정이 대타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슈뢰더 전 총리는 10월 말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이용섭 시장을 만나 자신이 추진했던 사회개혁정책을 소개하며 “노사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정 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을 성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다”며 “노사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결단력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과정에는 반드시 국민의 참된 여론과 전문가 집단의 의견 수렴 등이 수반돼야 정부의 결정이 힘을 지닐 수 있다”고 조언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애초 폴크스바겐의 아우토5000 플랜에 토대해 한국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추진된 사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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