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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민 진에어 전무(왼쪽)와 황효진 스베누 대표 |
젊은 경영자들이 e스포츠에 빠졌다.
조현민 진에어 전무와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e스포츠 산업에 뛰어든 대표적 젊은 경영자다.
조현민 진에어 전무는 ‘게임 마니아’라는 별명답게 진에어를 통해 프로게임단을 보유하고 e스포츠 대회 스폰서를 맡고 있다.
신발 브랜드 ‘스베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바탕으로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방송중계를 부활시켰다.
이들 젊은 경영자들은 e스포츠사업을 통해 젊고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젊은층에 심어 사업을 키우는 데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본다.
◆ ‘게임 마니아’ 조현민, e스포츠팀 운영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딸인 조현민 진에어 전무는 알아주는 ‘게임 마니아’다.
조 전무는 미국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재학 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기고 온게임넷 등 국내 게임방송 채널을 통해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에 입사해 대한항공이 2008년부터 3번 연속 ‘온게임넷 스타리그’대회 공식 스폰서를 맡는 데도 앞장서섰다.
대한항공이 대회 결승전을 항공기 격납고(이글루)와 중국에서 치루도록 하면서 e스포츠와 항공사의 이미지를 결합하려 한 것도 조 전무의 아이디어다.
조 전무는 2013년부터 진에어 마케팅담당 전무로 옮긴 뒤에도 e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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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민 진에어 전무(오른쪽)과 전병헌 前 한국e스포츠협회(KeSPA) 회장이 2013년 7월 진에어 그린윙스 후원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그는 지난해 7월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위탁운영하고 있던 스타크래프2 프로게임단을 인수해 ‘진에어 그린윙즈’를 창단했다. 이로써 진에어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한 프로게임단을 보유하게 됐다.
조 전무는 당시 “그린윙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며 “그린윙즈를 통해 해외 팬들에게 인기를 얻고 이를 통해 진에어의 브랜드 효과를 증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전무는 스타크래프트 이후 글로벌 e스포츠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팀 창단에도 힘을 쏟았다.
진에어는 ‘진에어 그린윙즈’를 스타크래프트2 게임을 담당하는 ‘스텔스’ 팀과 리그오브레전드 팀인 ‘펠컨스’ 등 두 팀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조 전무는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가장 큰 국제대회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의 국내대회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 황효진, ‘스베누 스타리그’ 부활
국내 e스포츠 판도는 스타크래프트가 2013년 ‘온게임넷 티빙 스타리그’를 끝으로 스타리그를 마감하면서 현재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오브레전드로 주력종목이 전환됐다.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잊혀져가던 스타크래프트 대회 방송중계를 다시 부활시켰다.
황 대표는 2007년부터 아프리카TV에서 ‘BJ소닉’이라는 닉네임으로 스타크래프트 중계방송과 소규모 대회인 ‘소닉 스타리그’를 직접 개최했다.
황 대표의 ‘소닉 스타리그’가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을 타자 ‘아이템베이’와 같은 기업들이 스폰서로 대회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이에 힘입어 소닉 스타리그의 판을 키워 ‘스베누 스타리그’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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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올해 1500억 원의 목표 매출액을 설정했다. |
스베누 스타리그는 잊혀졌던 스타크래프트 대회 방송을 부활시킬 정도로 판이 커졌다. 게임전문방송 온게임넷이 지난해 12월 시작해 2월15일 막을 내린 ‘제12차 스베누 스타리그’ 16강전부터 모든 경기를 생중계했다.
스베누 스타리그의 결승전은 지난달 15일 인기가수 ‘아이유’와 ‘AOA’등이 참석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황 대표는 다음 스타리그도 스베누가 메인 스폰서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가 스타리그를 개최하면서 얻은 스베누의 브랜드 인지도 효과도 상당하다.
그는 스베누 스타리그 결승전에 참석해 “곧바로 스베누 스타리그의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가겠다”며 “스타크래프트를 e스포츠의 바둑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조현민, 진에어 젊은 이미지 부여
조현민 전무와 황효진 대표가 e스포츠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 전무와 황 대표는 10대와 20대가 주요 시청자층인 e스포츠를 통해 회사가 젊고 참신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 스포츠에 적용되는 홍보논리와 e스포츠의 홍보논리는 같다고 보면 된다”며 “e스포츠 종목의 특성과 팀이나 선수의 이미지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에도 그런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에 근무할 때 온게임넷 스타리그 타이틀 스폰서사업에 앞장서면서 대한항공을 ‘20대가 가장 선호하는 항공사’에 올려놓는 등 e스포츠를 통한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냈다.
조 전무는 이를 바탕으로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에도 e스포츠가 지닌 젊고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담으려 한다.
조 전무는 2013년 7월 ‘그린윙즈’ 팀 창단 당시 “그린윙즈가 대회에서 우승하면 항공기에 선수들의 사진을 넣겠다”며 진에어와 e스포츠의 이미지 융합의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그린윙즈가 ‘IEM 시즌3 월드챔피언십’과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라운드’에서 연달아 우승하자 진에어는 김포-제주노선에 투입되는 항공기에 선수들의 모습을 도색(랩핑)한 항공기를 투입해 화제를 만들었다.
조 전무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이런 마케팅을 통해 진에어의 주요 구매층인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진에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조 전무는 “그린윙스를 하면서 게임머들은 진에어가 뭔지 알게 됐는데 그걸 노린 것”이라며 “e스포츠 후원으로 당장 항공권을 팔지 못하지만 진에어와 연결고리가 생기고 친근감이 생겨 앞으로 진에어만 탈게요 라고 말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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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5월 진에어는 프로게임단 '진에어 그린윙즈' 선수들의 얼굴을 새긴 김포-제주 노선 항공기를 공개했다. <진에어> |
◆ 황효진, e스포츠로 스베누 매출 500억으로 성장
황효진 스베누 대표도 e스포츠를 통해 스베누를 자산 500억 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황효진 대표는 아프리카TV에서 ‘소닉 스타리그’를 진행하며 쌓아올린 인지도를 바탕으로 온라인 쇼핑몰 ‘신발팜’을 ‘스베누’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황 대표는 스베누 신발의 주요 고객층이 10대와 20대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가장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 e스포츠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후원하는 것 외에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 스폰서를 도맡으며 e스포츠 마케팅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런 활동 덕분에 스베누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매장 수를 65개로 늘리고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에도 10개의 점포를 열었다.
황 대표는 “지난해 스베누로 거둔 매출액이 500억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올해 스베누를 중국시장에 진출시키고 매출 15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리그와 리그오브레전드 등 e스포츠 대회 스폰서도 계속 맡을 방침”이라고 했다.
◆ 국내 e스포츠, 대기업 지원 끌어낼까
국내 e스포츠 시장에 진에어와 스베누 외에도 SK와 KT, CJ그룹 등이 게임단을 운영하거나 게임관련 케이블TV 채널을 보유하는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대기업들을 e스포츠 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e스포츠사업의 세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e스포츠 회사들은 내수시장에서 자리를 완전히 잡았지만 국내대회를 글로벌대회로 격상하고 글로벌 e스포츠 단체와 협업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중국 e스포츠사업의 규모만 2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과거 e스포츠는 시차와 실력차이 등으로 세계화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가 발전해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천 년대 초반부터 e스포츠사업이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했다”며 “국내 e스포츠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대기업들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월드오브탱크’를 개발한 워게이밍과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든 라이엇게임즈 등이 e스포츠 대회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점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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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갤럭시 게임단 소속의 '삼성 화이트'는 2014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 갤럭시 게임단> |
빅터 키슬 워게이밍 대표는 지난해 “e스포츠 세계화를 위해 월드오브탱크 대회인 WGL의 상금규모를 크게 늘리고 앞으로 1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라이엇게임즈도 총상금 213만 달러 규모의 이른바 ‘롤드컵’으로 불리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대회를 세계대회로 치루는 등 e스포츠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에 자극받아 삼성전자가 ‘삼성화이트’팀을 정식으로 창단하기도 했다.
국내 e스포츠가 세계화에 한 걸음 다가서려면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의 글로벌 시청자가 2억 명을 넘겼다”며 “국내 e스포츠가 세계화 추세와 발을 맞추면 e스포츠사업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