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15일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환자로 비유하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재활 중이다.”
정성립 대표이사 사장은 지금의 대우조선해양을 이렇게 진단했다. '완치'를 위한 처방으로는 연구개발 인력 확보를 꼽았다.
정 사장은 15일 서울 중구에있는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현황을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이제 경영 정상화의 문턱은 넘었다고 봤다. 3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과거의 해양플랜트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물량도 없다고 자신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도 경쟁에서 살아남을 지를 놓고는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겉모습을 봤을 때는 많이 회복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연구개발 인력의 부족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미래를 책임져야할 연구개발 분야에서 젊은 인재들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 시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환경 규제가 나날이 바뀌어 향후 선박 연료도 변화가 있을텐테 이런 흐름에서 지금의 인력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적 자원 확보야말로 경영 정상화의 마무리 수순이라고 봤다.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간담회 내내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도 내에서 보상과 복지 수준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도 했다.
생산인력 등의 감축은 올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 사장은 자구계획안대로만 보면 올해 900여 명의 인력을 줄여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구안을 냈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당시에는 올해 매출을 7조5천억 원가량으로 예상했는데 3분기에 이미 누적 매출이 7조 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세운 계획을 강행하다보면 생산에 차질을 빚게 돼 회사가 다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며 "건실한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도에서 유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실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 안으로 인력 구조조정 등에 관해 논의를 끝낼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연구인력 부족에 걱정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간담회 내내 자신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로즈뱅크 해양설비를 놓고는 수주전이 계속 미뤄지더라도 상선부문으로 인력을 돌려 일감 공백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사 등 업계에서 제기되는 저가 수주 의혹에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정 사장은 "적자 내는 회사가 흑자 내는 회사를 보고 저가 수주라고 하면 상식적으로 말이되느냐"며 "내가 수주하면 실력. 남이 수주하면 저가수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현재 수주는 지정감사인의 감사를 거쳐서 하고 있으며 지금 내놓는 회계자료에 의심을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의심과 다름없다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일본이 WTO(세계무역기구)에 우리 정부의 조선업 지원이 부당하다며 제소를 추진 중인 것을 놓고도 정 사장은 '될 일도 아닌데 일본이 몽니를 부린다'며 일침을 놨다. 대우조선해양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선종을 짓는 게 아니라 일본이 못 만드는 배를 건조하는데 제소를 한다는 게 이해가 안간다는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 내년 대우조선해양이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것과 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긍정적 태도를 유지했다.
정 사장은 내년에는 충당금 등 일회성 이익이 상당히 줄어들테고 원가도 많이 오르고 있지만 생산성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원가 상승 요인을 상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정상 회사'로 평가받으려면 내년에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작고 단단한 회사'로 가는 종착역은 내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