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연말 인사에서 그룹 내 위치에 걸맞은 수준의 임원 승진자를 낼 수 있을까?
박 대표는 올해 '사회적 가치'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 화두에 부응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보다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사회적 가치 창출이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지난해보다 많은 임원 승진자를 배출하기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해도 12월 중순께 임원인사를 실시한다.
SK텔레콤이 무선통신사업의 정체로 올해 실적이 소폭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사업 확장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복합적으로 놓고 볼 때 지난해보다 많은 수의 임원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룹 주변에서 나온다.
지난해 SK텔레콤에서는 17명의 임원 승진자(상무로 신규 승진자 및 사장·부사장·전무 승진자)가 나왔다. SK그룹은 20개 계열사에서 163명의 임원 승진을 결정했다.
SK하이닉스에서 41명, SK에서 18명, SK이노베이션 18명, SK에너지 14명, SK건설에서 10명의 임원 승진자가 배출됐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 3곳인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을 놓고 봤을 때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보다, 직원 수가 SK텔레콤의 37%에 불과한 SK이노베이션보다 임원 승진자가 적게 나와 체면을 구겼다.
반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013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은 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리 4년간 그룹 안에서 최다 임원 승진자를 배출해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SK텔레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빠른 속도로 덩치를 불리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은 수준의 임원 승진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업 외 플랫폼, 보안, 인공지능사업 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넓히며 복합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10월 ADT캡스를 인수하고 정보보안업체 SK인포섹의 지분 100%를 SK로부터 확보해 보안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채비를 갖췄다. SK텔레콤이 앞으로 SK그룹 안에 펼쳐져 있는 인공지능(AI)사업을 모을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늘리는 과정에서 6명의 ‘사장·부사장·전무 승진자’ 가운데 배터리연구소 등 기술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2명의 임원이 승진한 만큼 새로 시작된 사업을 책임질 임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태원 회장이 올해부터 각 계열사들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한 기준을 반영하기로 한 점도 박 대표의 기대를 높이는 요인일 수 있다.
SK그룹은 그동안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지표로만 성과를 평가했지만 올해부터 사회적 가치창출 기여도를 전체 성과평가 가운데 10%가량 반영하기로 했다.
사회적 가치 차출을 위한 SK텔레콤의 움직임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도드라진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공유인프라 TF’를 신설한 뒤 드넓은 통신망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적 가치 창출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와이파이 센서 및 데이터 자산 공유를 통해 미세먼지 지도 서비스 ‘에브리에어’를 내놓았다. 전국 대리점 1천여 곳에 설치된 공기질 측성 센서와 실내외 와이파이 장비 200여 곳에 센서를 설치해 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9월부터는 중소 단말기 제조사에 기획 단계부터 출시 전후 마케팅 과정까지 활용할 수 있는 ‘업무 상세 가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하면서 기본급 임금 인상액의 30%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재원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연말 인사와 관련해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