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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엘리엇매니지먼트 압박에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진퇴양난'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8-11-14 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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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미국계 투자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압박에 다시 직면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회적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45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 엘리엇매니지먼트 압박에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진퇴양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14일 엘리엇매니지먼트는 13일 현대차그룹에 보낸 서신을 공개하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지연되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지배구조 개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행동들은 계속 그룹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이 올해 순환출자고리를 끊었다는 점을 사례로 들면서 현대차그룹이 한국 재벌그룹 가운데 개혁되지 않은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그룹이라고 들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이 주주와 소통을 강화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 첫 단계로 △독립적 역할이 가능한 이사 선임 △인수합병과 관련한 미래 투자 전략 마련뿐 아니라 △14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잉여현금의 주주 환원 △비핵심 자산과 관련한 전략 재고 등을 함께 요구했다.

글로벌기업 흐름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면서 뒤로는 단기 수익 창출을 위한 주가 부양에 집중해줄 것을 촉구하는 헤지펀드 특유의 속내를 보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처음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대주주라는 사실을 밝혔던 5월과 비교해 현대 3개 회사의 주가는 15~30%가량 낮다. 지분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최소 6천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로서는 손실 만회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데 현대차그룹의 시급한 현안인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고리로 주가 부양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런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속내를 알면서도 쉽게 거절하지는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무시하자니 상반기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무산되는 데 촉매제가 됐던 과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늦어도 2019년 상반기 안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 친화정책 강화 등을 요구하며 딴지를 걸면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또다시 좌절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현대차 주식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 46.3%가 외국인인데 이들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을 의사 결정에 참고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쉽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모두 3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는데 미래차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유현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여유가 없다.

정 수석부회장은 5월에 지배구조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시장과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외국계 투자자뿐 아니라 정부와도 상시 접촉하면서 주주를 설득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개편안을 만드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계속 단기 수익 창출이라는 고집으로 현대차그룹을 괴롭힌다면 정 수석부회장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계열사를 선택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정 수석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40%가량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현대글로비스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33%에 머물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벌어지더라고 승산이 높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현대차그룹이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할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 중심의 지배구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글로비스를 중심에 두면 정 수석부회장→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로 지배구조를 단순화 할 수 있어 분할합병과 같은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현대글로비스가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크지 않아 지배력을 유지하는 문제는 과제로 남는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축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시장과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 정면돌파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3월에 내놨던 개편안과 동일하게 현대모비스를 분할하되 현대글로비스와 합병비율을 조절해 시장을 설득할 가능성이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도 당시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분할합병비율을 문제삼았는데 이를 적절하게 조율한 개편안을 내놓는다면 공세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번 서신과 관련해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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