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여기 화장하고 한껏 치장한 탤런트 김태희가 있다. 다른 곳에는 화장하지 않고 허름한 옷을 입은데다 심지어 머리도 헝클어지고 얼굴에 때도 묻은 김태희가 있다고 가정하자.
둘 중 누가 김태희인줄 알겠는가. 당연히 화장한 김태희를 찾기가 더 쉬울 것이다. 허름하게 차린 김태희는 본인이 김태희라고 밝혀도 잘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있을 것이다.
▲ 장인석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 소장.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면 이미 이름이 알려진 김태희가 아니라 데뷔하기 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김태희를 찾아야 한다.
화장한 김태희는 누구나 찾을 수 있어 레드오션의 세계지만, 화장하지 않은 김태희는 부가가치가 높은 블루오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건설회사가 지어 분양하는 아파트는 누구나 다 아는 물건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 부가가치가 높은 부동산은 당신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그럼에도 숨어 있는 진주를 찾을 노력은 하지 않고 이미 노출된 아파트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레드오션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코미디다. 부동산 과열로 어쩌다 벌 수도 있겠지만 그 거품은 언제 꺼질지 몰라 위험하다.
안목이 없는 하수들은 화장한 전지현만 찾아다닌다. 그것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화장한 김태희나 전지현은 관심이 없다.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잘 가꾸어놓으면 전지현이나 김태희인 보물을 찾아다닌다. 그래야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하수들이 좋아하는 건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등이다. 주로 유명 브랜드나 새로 지은 신축에 열광한다. 고수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건설회사들이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내가 먹을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고수들이 좋아하는 건 땅이다. 내가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나대지가 가장 좋다. 오래된 다가구주택이나 꼬마빌딩, 근린생활시설도 애정의 대상이다. 땅이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고수들이 아파트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땅이 없기 때문이다. 내 땅도 아닌 곳에(아파트 대지지분은 단독으로 팔 수 없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니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건축물에 하수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고수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그래도 땅이 있기 때문에(대지지분으로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으므로)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누구나' 아는 물건이 되어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돼 하수들이 잘 모르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야 관심이 간다.
경매시장에서도 하수와 고수의 차이는 극명하다. 하수들이 아파트나 빌라 같은 '범생'에 몰려들어 낙찰가만 잔뜩 올리는 동안, 고수들은 조용히 법정지상권이나 유치권, 분묘기지권 같은 어려운 물건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한다.
6억 원 정도의 투자금을 들고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온 분이 있다. 지금은 대지 24평짜리 허름한 다가구주택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게스트하우스나 쉐어 하우스로 탈바꿈시키면 수익률이 12% 가능한 물건을 보여주었다.
물건지가 효창공원 역에서 도보 4분 거리여서 외국인이나 젊은이들의 수요가 풍부한 곳이다. 이 물건은 공사비 1.5억 포함 11억 원짜리여서 대출 받으면 6억 원으로 투자가 가능했고 원하면 우리가 설계 포함 공사까지 해주고 운영 컨설팅도 해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분은 고민 후 포기하고 말았다. 본인이 그림을 그릴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필자가 그리는 그림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물건은 곧바로 다른 분에게 팔려 지금 공사 중이다. 그분은 아직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전세로 놓은 뒤 향후 은퇴하면 게스트하우스나 쉐어 하우스를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전세금이 6억에서 6.5억까지 가능해 투자금액은 5억 원이면 됐다.
그분은 우리가 그린 그림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신뢰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었다. 효창공원 역 주변 25평 아파트가 12억 원이 넘는 실정에서 대지 24평이 11억 원이면 얼마나 썬가.
서울 집값은 떨어질 수 있어도 서울 땅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진리 중의 진리다. 특히 용산은 앞으로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많이 오를 땅이다.
용산의 초고수 C씨는 그림을 멋지게 그릴 수 있지만 외관은 형편없는 물건을 찜한 뒤 직접 개발해 큰 수익을 올리거나 좋은 물건을 찾는 투자자에게 그림을 그려주거나 공사까지 해주는 컨설팅으로 이 바닥에서는 꽤 유명한 분이다. 흙속의 진주 찾기가 전문이어서(또는 개발하기 애매한 땅 찾아내기 전문) 부가가치가 높은 고수로 필자도 '리스펙트'하는 분이다.
C씨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 물건 고르는 본인 외에 유명 설계자, 건축가, 대출까지 '어벤져스'를 구성해 '원스톱 디벨롭핑'을 실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금 여유가 없는 분은 갭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아파트 갭 투자는 거품이 곧 꺼질 것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갭 투자도 데뷔하기 전의 이름 없는 김태희를 찾아야 한다. 영등포나 용산, 여의도, 마포, 방배동, 청량리, 북가좌동 등 앞으로 지가상승력이 강력한 지역을 선택하되 개발 및 분양업자의 마진율이 높지 않은 물건을 찾아야 한다.
마진율이 높지 않은 물건은 공사는 확정됐는데 아직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물건이다. 이런 물건은 청약을 통해 분양가보다 싸게,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 이런 물건에 투자하려면 개발업자에 관한 정보를 발 빠르게 입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필자는 모 업자가 영등포에 신축빌라를 짓는다는 정보를 올 3월 초에 입수해 갭 투자를 원하는 분들께 청약금만 받고 선투자하도록 했다. 향후 계약을 할 때 우선 순위로 좋은 호수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그림을 보지 못해 계약을 하지 않은 분도 몇 있어 안타까웠다. 그 물건은 10월 말 계약하는데 분양가는 청약 당시보다 3천만 원이 올라버렸다. 영등포란 동네가 땅값이 계속 오르는데다 땅 사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완성된 아파트를 찾아다니겠는가? 이걸 언제 사면 얼마나 오를까 궁리하고 있는가?
그래 봐야 레드오션의 세계여서 당신이 먹을 몫은 없다. 필자와 함께 흙속에 감추어진 원석을 찾아 나설 생각은 없는가. 보라, 저기 블루오션의 세계가 있다.
장인석은 경희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에 공채로 입사해 15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퇴사 후 재건축 투자로 부동산에 입문, 투자와 개발을 병행하면서 칼럼 집필과 강의, 상담, 저술 등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2009년 7월부터 ‘착한부동산투자연구소’를 차려 착한투자를 위한 계몽에 열심이다. 네이버에 ‘착한부동산투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동산투자 성공방정식', '불황에도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전략', '재건축, 이게 답이다', '돈 나오지 않는 부동산 모두 버려라', '부자들만 아는 부동산 아이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