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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작가 마이클 케나의 '솔섬'(위), 대한항공 광고에 사용된 사진 |
풍경사진의 저작권은 어디까지인가?
풍경사진 ‘솔섬’을 놓고 대한항공과 영국 사진작가가 벌여온 저작권 다툼에서 대한항공이 이겼다.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27일 영국작가 마이클 케나의 한국 대리인인 공근혜갤러리가 "풍경사진 솔섬(정식명칭 속섬)의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똑같은 풍경사진의 저작권 침해 기준을 제시하는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연물이나 풍경을 어느 계절의 어느 시간, 어느 장소, 어떤 앵글로 촬영하느냐 하는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사진이 모두 같은 지점에서 촬영돼 전체적인 콘셉트나 느낌이 유사하다 하더라도 그 것만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사진의 구도설정이 동일하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마이클 케나의 사진은 솔섬이 중앙에서 약간 좌측으로 치우친 반면 문제가 된 사진은 솔섬이 중앙보다 우측으로 치우친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사진이 각기 다른 계절과 시각에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다고 봤다.
영국작가 케나는 2011년 "2007년 강원도 삼척에서 찍은 작품 '솔섬'과 대한항공의 2011년 광고사진이 흑백과 컬러라는 차이가 있을 뿐 촬영지점과 각도가 같고 나무를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한 부분 등도 동일하다"며 3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대한항공은 "광고 사진은 김성필 작가의 사진으로 풍경이라는 피사체를 단순히 비슷한 구도로 촬영했다고 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케나보다 10년 전 동일한 위치와 구도로 솔섬을 촬영한 작가가 있는 등 케나의 독창적 표현 요소로 볼 수 없다"고 맞섰다.
대한항공은 이번 판결에 따라 해당 작가와 대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내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어떠한 위법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판결로 밝혀져 기쁘다"며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비롯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