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더욱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지분을 정리해 정부의 대기업 규제와 관련한 잡음의 소지를 깨끗이 없앤 상태에서 ‘
구광모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2일 LG 안팎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LG그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논란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단계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LG그룹은 지주회사 중심으로 안정적 지배구조를 정착해 경영권 분쟁이나 승계, 오너 리스크 등이 없는 대표적 그룹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LG그룹을 놓고 ‘지배구조 차원에서 가장 모범적 그룹’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오너의 사익편취 등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서 LG그룹도 규제망에 걸릴 소지가 생겼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자회사 가운데 지분 50%를 초과하는 자회사는 규제 대상이 되는데 서브원과 LGCNS 등이 이런 조건에 해당된다.
특히 서브원은 LG의 100% 자회사로 MRO(전략구매관리사업) 사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브원의 2017년 내부거래 비중은 74.26%에 이른다.
전략구매관리사업으로 부르지만 MRO는 기업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를 구매대행하는 사업으로 그룹 계열사가 주 고객이라 '땅짚고 헤엄치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LG는 10월31일 서브원을 존속회사인 ‘에스앤아이(가칭)’과 분할 신설회사인 ‘서브원(가칭)’으로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서브원의 물적 분할을 놓고 매각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애스앤아이를 남기고 분할되는 신설회사 서브원을 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LG의 서브원 지분율을 낮추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할 수 있다.
구 회장은 최근 판토스 지분도 전량 매각했다.
구 회장을 포함한 LG 특수관계인은 지난달 4일 판토스 지분 39만8천 주(19.9%)를 시장에 모두 내놨다. 이 가운데 구 회장의 지분은 7.5%다.
판토스는 LG상사가 지분 51%를 지니고 있는 물류회사로 구 회장 등의 지분율은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인 20%에 미치지 않지만 이로써 LG에서 LG상사, 판토스로 이어지는 단순한 출자구조를 갖추게 됐다.
앞으로 LG그룹이 LGCNS 지분을 팔 것이라는 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LGCNS는 LG그룹의 시스템 통합이나 정보기술(IT)인프라 솔루션 등을 담당하는 회사로 LG지가 지분 84.95%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57.75% 수준이다.
애초 시장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 정보시스템 기업이 제외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실제로 발표된 개정안에 예외조항이 빠지면서 LGCNS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선상에 올랐다.
LG그룹 관계자는 LGCNS 지분을 놓고 “아직 매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10월29일을 시작으로 LG그룹 계열사로부터 사업 보고를 받으며 ‘
구광모체제’ 구축에 들어갔다. '
구광모 시대'를 열어갈 토대를 닦고 있는 만큼 더욱 투명한 LG그룹의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