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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국방비 증액은 한화그룹에 기회, 가격·납기 경쟁력으로 '회원국 무역 장벽' 넘을까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6-07-09 15: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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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국방비 증액은 한화그룹에 기회, 가격·납기 경쟁력으로 '회원국 무역 장벽' 넘을까
▲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이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최한 네크워킹 리셉션에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비즈니스포스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무기를 늘리려 하지만 주요 회원국인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의 방산업계가 생산 능력을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이 잠수함과 미사일 및 장갑차 등에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이런 유럽의 약점을 공략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 실패와 달리 나토 회원국 사이에 놓인 안보 관련 무역 장벽을 넘어설지 관심이 모인다.

◆ 유럽 재무장 본격화, 나토 500억 달러 방산 투자 구체화

8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가 정상들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500억 달러(약 75조 원)의 신규 방산 조달 계획을 공개하고 생산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나토 회원국은 지난해 6월25일 각국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기존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2035년까지 5%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목표에 따른 국방 관련 투자가 구체적으로 집행되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은 장거리 정밀타격과 통합 방공망, 무인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전투체계 등 첨단 무기 확보에 투자할 방침을 세웠다.

한화그룹 계열사 경영진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행사를 직접 찾아 방산 투자 확대 계획에 적극적 참여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야첵 치렉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지난 7일 NATO 방위산업포럼 네트워킹 기조 발언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각국의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산업 협력을 확대해 더욱 강하고 회복력 있는 NATO 방산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방산 수주를 지원 사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앙카라를 초청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체결 협상 개시를 발표했다.  

이 협정이 체결되면 연 110억달러(약 15조 원)으로 예상되는 NATO 공동조달 시장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안보전문 매체 인도퍼시픽리포트는 7일 “한국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가 나토의 기술과 산업 구조에 점차 통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토 국방비 증액은 한화그룹에 기회, 가격·납기 경쟁력으로 '회원국 무역 장벽' 넘을까
▲ NATO 유럽 회원국과 캐나다의 국방비 지출 합산액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픽 챗GPT로 제작>
◆ 늘어난 예산에도 생산 문제 여전, 유럽 방산 공급능력 한계

나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등 연이은 전쟁으로 안보 중요성이 커진 데 대응해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나토의 방위비 증액이 곧바로 무기 공급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토 회원국이 그동안 미국산 무기에 의존하면서 국방비 비중을 축소해 방산 설비를 빠르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지난 2월12일에 펴낸 보고서를 통해 유럽 내 나토 회원국의 2025년 무기 장비 비축량이 신규 장비의 긴 납품 기간 때문에 2021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맥킨지의 휴그 라방디에 선임 파트너는 CNBC와 인터뷰에서 “유럽 방위 산업체는 오랜 기간 동안 대규모 생산에 익숙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 다수가 소규모 가족 기업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방산업계가 생산 확대 과정에서 숙련 인력 부족, 공급망 병목, 국가별 무기체계 분산 등 구조적 문제를 노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씽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지난 2월18일자 보고서를 통해 “공급망 확대, 숙련 인력 확보, 생산능력 증설은 유럽 방산 업계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이다”고 분석했다.

나토 회원국이자 유럽에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도 생산 능력을 더 늘리기엔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과 같은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고 희토류 영구 자석을 비롯한 핵심 부품도 외주를 맡겼기 때문이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대변인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아칸소주 캠든 공장에서 탄도탄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어트(PAC-3)를 조립하는 데는 6주가 걸리지만 이를 위한 부품을 확보하는 데는 3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리 맥긴 센터장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방산업체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한국 방산기업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 시작했다”고 바라봤다.  
 
나토 국방비 증액은 한화그룹에 기회, 가격·납기 경쟁력으로 '회원국 무역 장벽' 넘을까
▲ 프랑스와 독일의 합작 탱크 제조사 KNDS의 차세대 주력 전차(MBT) 시제품이 6월15일 파리 근교 빌팽트에서 열린 안보 박람회 유로사토리 현장에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 빠른 생산·검증된 성능, 한화에어로 현실적 대안 부상

나토 회원국 방산기업들의 무기 생산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 대안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포함한 한국 방산업계가 주목을 받는다. 한국 무기는 가격과 생산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한국 기업들은 유럽의 재무장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충족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현지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기술 이전에도 적극적이다. 무기 수입국 입장에서는 산업 육성까지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월11일 루마니아에 장갑차 K9 생산 시설 건설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폴란드 방산기업 WB일렉트로닉스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한화-WB 어드밴스드시스템을 통해 미사일을 공동 생산할 예정이다. 루마니아와 폴란드 모두 나토 회원국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미 나토 회원국에 무기를 공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국방비 증강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나온다.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무기 수주전에 경험을 쌓았다는 점은 나토 공급망을 뚫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비롯한 한화그룹 계열사는 캐나다 우주항공 및 방산 등 기업과 협업을 발표하며 한화오션이 도전한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전을 도왔다.

이러한 패키지형 수주 시도가 앞으로도 나토 회원국에 제공될 여지가 많다.

다만 유럽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은 일명 ‘안보 장벽’을 쌓고 있다. 전략 물자인 무기를 회원국 사이에서 조달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상회담 성명도 나토 동맹국 사이에 방위 무역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앞서 캐나다와 루마니아는 잠수함과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자로 나토 회원국인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와 라인메탈그룹을 각각 선정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수주전에 참여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결국 한화그룹이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나타났던 나토의 안보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나토와의 정치적 공감대 등 국방 협력을 위한 모든 요소를 이미 갖췄다”며 “앞으로도 협력 관계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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