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재 외환시장 유동성이 부족하지는 않다. 장기적으로는 기초 여건이 중요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와 질의응답에서 환율 안정에는 단기적 수급 요인보다 기초 경제 체력과 시장 여건 등 장기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환율 변동성 대응이 한국은행의 주요 정책과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외환시장의 근본적 구조 개혁과 체력 강화에 힘을 실은 것이다.
신 총재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경제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원/달러 환율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과 미국 달러화 강세로 1500원대 높은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과 금융경제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면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이는 등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환율 안정과 외환시장 구조 개혁은 신 총재의 핵심 정책과제로 꼽힌다.
실제 이날 국회에서는 환율 상승 압박을 완화하고 원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떤 방안을 고민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문 의원은 “외환시장에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달러 강세 등 글로벌 요인과 더불어 한국의 특별한 요인들도 있다”며 “미국 재무부와 통화스왑 체결 등 원화 가치 절상 조치를 강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환율 구조를 금리 인상이라는 최종 수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란 전쟁 변수를 제거하면 외환시장의 자금 수요·공급 질서를 조금만 바꿔줘도 환율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며 “금리 인상을 통한 최종적 해결도 좋지만 그전에 경제정책 당국이 고려하고 논의할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신 총재는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완화할 구조적 대책이 있다면 당연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중앙은행이 정부기관과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과 더불어 외환보유액 운용 등을 통해 급격한 환율 변동을 완화하고 시장안정 조치를 담당하는 외환정책 당국이다.
6일부터 시행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은 물론 정부가 이달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원화 국제화’ 추진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원화 국제화는 한국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규제통화는 정부 규제로 역외시장에서 거래나 결제에 제약이 있는 통화를 말한다. 반면 자유교환통화는 외환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국제 결제에 활용할 수 있는 통화다.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방송 생중계 갈무리>
외국인 투자자와 해외 금융기관의 원화 거래·결제 편의성을 높여 외환·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취지다.
한국은행은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으로 원화 국제화의 핵심 인프라를 담당하는 동시에 원화 거래 규제 완화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시장 개방 확대와 환율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셈이다.
외환시장 구조 개혁은 신 총재가 한국은행 수장을 맡은 뒤 강조해온 부분이기도 하다.
신 총재는 한국은행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 선물환(NDF) 거래 수요를 역내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유관기관과 협력해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된 뒤 인사청문회에서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쉽지 않은 역외 시장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84.56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상반기(1493.08원)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올해 5월 중순부터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이어가면서 2분기 평균 환율은 1501.6원을 기록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