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무기체계 사업타당성조사' 대상 축소 추진, 사업 속도 빨라지나 '부실 검증' 우려도 높아져
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7-09 14: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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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방부가 ‘무기체계 사업타당성조사’의 기준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에서 1천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통해 신속한 전력화를 위해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사업 착수가 지연되는 일을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다만 500억 원과 1천억 원 사이 구간 무기체계 신규사업이 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사전 검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이 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제2회 방위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방부는 무기체계 사업타당성조사 기준 금액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국방부는 전날인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방위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8월18일까지다.
국방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무기체계 사업타당성조사 기준금액을 현행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신규사업에서 1천억 원 이상 신규사업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방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두고 “2011년 사업타당성조사 제도 시행 이후 유지돼 온 500억 원 기준을 경제·안보 상황 변화에 맞춰 현실화하고, 신속한 전력화가 필요한 사업의 착수 지연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위력개선사업은 군사력 개선을 위해 무기체계를 구매하거나 새로 개발하고 기존 무기체계의 성능을 개량하는 연구개발, 이에 수반되는 시설 설치 등을 포괄하는 사업이다.
현행 사업타당성조사는 이런 국방획득사업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 신규사업을 대상으로 사업 추진 필요성, 사업 규모, 비용, 전제조건 등을 예산 편성 전에 따져보는 사전 검증 절차다. 실시 주체는 국방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이며, 실제 조사 관련 연구는 한국국방연구원(KIDA)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 지정 수행기관이 맡는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정부가 국방 투자와 방위력개선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기조와도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2026년 국방예산은 전년보다 7.5% 증가한 65조8642억 원으로 확정됐고, 이 가운데 무기체계 확보와 관련된 방위력개선비는 19조9653억 원으로 전년보다 11.9% 늘었다.
이번에 시행령이 개정되면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1천억 원 미만의 무기체계 신규사업은 사업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전체 방위력개선사업 가운데 500억 원과 1천억 원 사이 구간 사업은 전체의 약 11% 수준으로, 이들 사업의 재정 투입과 전력 소요 적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점검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타당성조사 제도 자체도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사업타당성조사 수요에 비해 실제 조사 수행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른바 병목 현상이 벌어지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기준에서는 전체 방위력개선사업 가운데 사업타당성조사 대상 비율이 79%에 육박하지만, 사업타당성조사 요청 대비 실제 수행률은 2024년 51.42%, 2025년 60.86%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6월29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4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타당성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방연구원 소속 이희인·강혜진 연구원은 3월30일 국방논단에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와의 비교・분석을 통한 사업타당성조사 제도 개선방안 제언’에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는 국가 중장기계획 반영 및 부처 간 협의가 조사 요구 전 선결되어야 하는 반면, 사업타당성조사 제도는 이 과정 없이도 조사 요구가 가능해 조사 장기화 및 인력 낭비 우려가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이어 “사업타당성조사 제도는 방위력개선사업의 경우 사업타당성조사 이후 법률로 의무화된 사업계획기관 차원의 타당성조사 제도가 없으므로, 사업계획 기관은 사업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사업타당성조사 수행 기관에게 구체적인 사업계획 및 규모 추정자료를 제공해야 함에도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신규 재정사업에 대해 사업 추진 전 경제성과 재원조달 방식 등을 따지는 사전 심사 제도로, 국가 중장기계획 반영과 부처 간 협의, 사업기획 완료 등 선행요건을 갖춘 사업만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방 분야 사업타당성조사보다 엄격한 절차인 셈이다.
국방부는 사업타당성조사 기준 상향을 통해 방위력개선사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전 검증 대상이 축소될 경우 사업의 적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담보할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사업타당성조사 제도 운영의 효율화 자체도 계속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