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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 16% 급등에 '2차 물가 충격' 가시화, '기름값 통제' 정책 딜레마 직면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4-16 1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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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 여파로 수입물가가 28년 만에 최대 폭으로 급등하면서, 정부가 억눌러온 물가 상승 압력이 본격적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로 기름값을 통제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분을 더 이상 반영하지 않기 어려운 시점이 다가오면서 물가 관리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물가 16% 급등에 '2차 물가 충격' 가시화, '기름값 통제' 정책 딜레마 직면
▲ 이란 전쟁 여파로 수입물가가 28년 만에 최대 폭으로 급등하면서 물가 안정과 경기 방어 사이 정책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1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략경제협력 대통령특사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는 169.38로 2월(145.88) 대비 16.1% 상승했다. 1998년 1월(17.8%) 이후 28년여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원유 등 광산품 가격이 44.2% 급등하며 전체 상승을 이끌었다.

수입물가 급등은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만큼, 앞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대표적 물가 대책인 ‘기름값 통제’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해 유류 가격 상승을 억제하며 단기 충격을 흡수해왔다. 하지만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이 재설정되는 틈을 타 가격 인상 전 구매가 쏠리는 등 시장의 수요 조절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재정 부담만 키우고 소비 억제 효과는 제한적인 ‘정책의 역설’이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면 정유사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

정부 내부에서도 변화 신호가 감지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을 내려놓는 것이 100% 옳았느냐는 반론이 있는데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며 “가격 안정을 위해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석유 가격을) 누르고 있다. 최대한 절감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재정 부담과 유류 소비 증가를 언급하며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출구전략을 어느쪽으로 선택하든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은 고민이다. 석유 가격 통제를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과 수요 왜곡이 커지고, 반대로 가격을 정상화할 경우 그동안 억눌렸던 물가 상승이 한꺼번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최고가격제 시행은 계속하되 가격 조정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통화당국도 물가 대응을 위한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해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이 상충하면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한 경제에서는 유가 충격이 큰 만큼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며 “중동 리스크 영향이 근원물가나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되는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수입물가 16% 급등에 '2차 물가 충격' 가시화, '기름값 통제' 정책 딜레마 직면
▲ 수입물가지수 등락률 추이. <한국은행>

2차 파급효과는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외부 충격이 가공식품과 서비스 요금,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며 물가 상승세가 고착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란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면 경제성장률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부담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기 하방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 같은 한은의 기조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가격 보전금 지급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경기를 떠받치려 하지만, 한은은 이를 물가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긴축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정은 가속 페달을, 통화는 브레이크를 밟는 ‘정책 엇박자’가 현실화하면 정책 효율성은 떨어지고 고금리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컨대 수입물가 급등과 2차 파급 가능성, 가격 통제 한계, 통화 긴축 압박이 동시에 맞물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의 물가 대응 전략은 ‘버티기 국면’을 넘어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수요를 동시에 관리하는 복합 대응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신호를 정상화하면서 에너지 소비 구조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중동발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물가와 성장, 재정과 통화가 얽힌 정책 난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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