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3-25 15: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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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전방위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고가격제로 일단 유가 급등을 눌렀지만 이란 전쟁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유류세 인하와 직접지원까지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감세 효과가 불확실함에 따라 ‘선별적 직접지원’에 무게를 두는 기류도 감지된다.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기름값 안정을 위해 유류세 추가 인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인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13일 지정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오는 27일 조정해야 하는데 석유제품 최고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대신 유류세도 인하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1일부터 적용돼 온 유류세 인하 조치는 현행 휘발유 7%, 경유·액화석유가스(LPG) 부탄 10% 수준으로 오는 4월30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될 계획이었다. 유류세 인하율의 법정 최고한도는 37%다.
약 2주 전인 13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은 고점 대비 리터당 70~120원가량 하락하며 단기적인 가격 방어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며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최고가격 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고가격제만으로는 충격을 계속 흡수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추가 대응 카드로 유류세 인하와 직접지원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가격제는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속도 억제와 소비자 부담 완화 효과가 있지만 향후에는 유류세 인하·직접지원 등 보완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23일 산업연구원 보도자료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단기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석유 최고가격제의 한시적·제한적 운영을 전제로 향후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패키지 접근을 통해 시장 안정성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그 효과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유류세 인하는 간접적 정책인 만큼 본질적인 한계가 있으며 특히 고유가와 시장 불확실성이 큰 국면일수록 그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장희선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와 최봉석 국민대학교 국제통상학부 부교수는 2023년 4월15일 발행된 ‘에너지경제연구’에 게재한 ‘유류세 인하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휘발유의 경우 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유류세 인하분의 26%에서 49% 정도가 판매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경유는 유류세 30% 인하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유류세 인하분의 12%에서 27%가 판매가격에 반영되었으며 유류세 30% 인하기간에는 유류세 인하분보다 판매가격이 오히려 더 높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휘발유와 경유 모두 국제석유시장의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작게 나타나고 국제석유시장의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유류세 인하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게 분석되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기였던 2022년 2월의 상황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렇게 효과가 제한적임에도 유류세 인하는 세수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중동 사태 관련 현안 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 부총리는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유류세 인하율을 37% 적용하면 한 달에 6천억 원가량의 세수가 감소한다. 그것도 재정의 부담”이라며 “유류세를 인하해도 (소비자)가격 인하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정부는 기존 적용하고 있던 20% 인하율을 2022년 5월에는 30%, 7월에는 법정 한도인 37%까지 확대했다.
국세통계포털 따르면 유류세 인하가 반영되는 대표 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살폈을 때 세수는 2021년 15조5035억8천만 원에서 2022년 11조2421억5900만 원으로 감소했다.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했던 시기를 거쳐 세수가 4조2614억2100만 원 감소하며 27.5%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유류세 인하에는 소비 양극화 문제와 함께 오히려 소비가 늘 수도 있다는 부작용 가능성이 문제로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앞으로 최고가격제로 단기 급등을 눌러 놓고, 유류세 인하로 일부 부담을 덜어주면서, 취약계층에 직접지원까지 더하는 방식으로 대응 수단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류세 인하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비교해 인하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핀셋’ 방식의 직접 지원 방안에 무게를 더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류세를 깎아주면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진다”며 “세금을 깎는 건 줄여서 하고 재정으로 어려운 사람을 지원해야 양극화가 완화된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류세를 인하하면 가격이 내려 소비가 늘고 재경부 부담이 커진다. 대신 세금을 걷어 동일 금액만큼 소비자에게 직접 지원하면 소비를 줄이는 국가적 이익이 생긴다”며 “유류세 인하보다는 소비를 유지한 뒤 운송업자, 농어업인 등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