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원 기자 seobee@businesspost.co.kr2026-02-23 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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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올리브영이 고물가 시대에 '스몰 럭셔리' 수요를 겨냥한 향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 < CJ올리브영 >
[비즈니스포스트] CJ올리브영이 향 관련 제품들과 고객들의 접촉 면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다.
고가의 명품 대신 가격 부담이 훨씬 적으면서 합리적 만족을 주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품)'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23일 CJ올리브영의 동향을 종합하면 주요 매장 곳곳에서 프래그넌스(향) 제품군 진열대 개편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올리브영은 5~20ml 소용량 향수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로 향수를 경험하려는 젊은 소비자층의 수요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CJ올리브영에서 판매되는 니치 향수(프리미엄 향수)는 10ml 기준 3만~5만 원대, 30ml 기준 6만~9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통상적으로 백화점에서 30~50ml 제품이 20만 원 이상, 75~100ml 제품이 30만 원 이상에 판매되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부담을 대폭 낮춘 구조다.
CJ올리브영의 소용량 향수 제품은 소비자가 스킨케어나 메이크업 제품 등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돼 기존 구매 계획에 더해 소액의 추가 지출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구매 품목과 함께 향수의 추가 구매를 유도해 객단가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리브영 전체 판매 카테고리 가운데 프래그런스(향) 부문은 제품 수 기준 약 2.8%를 차지한다. 향수와 미니·고체향수, 홈 프래그런스로 구성된다.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109개 카테고리 가운데 아직 비중은 크지 않지만 스몰 럭셔리 소비 확산 흐름을 감안하면 점진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J올리브영이 향 관련 제품군에 힘을 싣는다는 것은 회사 곳곳에서 감지된다.
CJ올리브영은 올리브영의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매장인 '올리브영N성수'에 향수 특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시향과 체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유로 이어지는 소비 구조를 구축했다.
CJ올리브영이 1월 새롭게 선보인 브랜드 '올리브베러'는 '향·디퓨저(실내용 탈취제)' 부문에서 '잘 쉬기'와 '잘 가꾸기' 등을 표어로 내세웠다. 향을 단순한 미용 수단이 아닌 감정 관리와 웰니스(일상 속 자기돌봄)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판매 전략은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품)'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와 결이 맞닿아 있다. 경기 불황기에 최저 비용으로 품위를 유지하고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이 잘 판매되는 현상을 일컫는 '립스틱 효과'를 향수를 통해 재현하고 있다는 의미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 판매가 증가한 데서 유래한 립스틱 효과는 2020년대 들어 향수 중심으로 재해석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향수 제품군 가운데 하나인 바디미스트 시장은 2023~2024년 7.1% 성장했다.
향수는 2024~2029년 글로벌 뷰티 산업 확장을 이끄는 핵심 품목이 될 것을 지목되며 이 기간 뷰티 시장에서 성장 기여도의 2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수 부문은 같은 기간 연평균 5.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 한 편에 10~50ml 용량의 향수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올리브영 여의도IFC점' 진열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올리브영뿐 아니라 국내 여러 유통기업들도 향수 카테고리에 힘을 주고 있다.
무신사는 12일 서울 양천구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첫 오프라인 뷰티 단독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뷰티' 매장을 열었다. 매장 한 켠에는 향수 6종을 별도 진열하고 시향 공간을 마련했다. 온라인 전용 향수 상품도 126종에 이르는 등 향수 제품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뷰티 제품 강자로 부상한 다이소는 5천 원대 향수를 통해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가격 장벽을 대폭 낮춰 '첫 향수' 수요를 흡수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CJ올리브영이 향수 제품군 확대에 나서는 것은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읽힌다. 스킨케어와 색조만으로는 고성장을 담보하기 힘든 만큼 향수를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CJ올리브영의 성장 속도는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CJ올리브영은 2026년 별도 기준 매출 6조8640억 원, 영업이익 972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보다 매출은 17.7%, 영업이익은 24% 늘어나는 것인데 2023년 실적이 전년보다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70%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의 기울기가 점차 낮아지는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기도 하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변화하는 고객 트렌드에 발맞춰 차별화한 상품 큐레이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