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홍콩 ELS 제재에 관해 “자율배상 노력 충분히 반영하겠다”면서도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부분”이라고 말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금융상품 설계와 영업 등 모든 단계에서 전반적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에 관한 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해질 수 있는 점은 더욱 부담이다.
이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 시상식에서 “금융권 스스로 상품 설계와 개발 단계에서부터 소비자 중심의 조직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며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에 따라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앞서 2025년 연말 조직개편에서 소비자보호부문을 원장 직속 조직으로 배치하고 감독서비스 전반을 총괄하는 기능을 부여했다. 금융소비자보호 영역을 직접 챙기고 이끌겠다는 이 원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금감원 특사경 확대도 힘을 받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불법사금융 등 민생침해범죄도 현장성, 즉시성이 필요하고 경찰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관련 특사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민생금융범죄 관련 금감원 특사경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민생침해범죄 특사경은 이 원장이 소비자보호 강화방안의 하나로 추진해온 주요 사안이다.
금감원은 현재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와 관련해 특사경을 두고 있는데 금융회사 검사, 기업 회계감리, 민생금융 범죄 전반으로 특사경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감원 특사경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에 국한돼 있었던 만큼 은행권은 크게 연관이 없었다.
▲ 금감원이 은행지주 8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등 민생금융범죄에 특사경을 도입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주부터 은행지주 8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특별점검 계획을 발표하면서 하나금융지주, BNK금융지주, 신한은행 등의 CEO 승계 절차와 이사회 운영 미흡 문제를 예시 사례로 제시했다.
BNK금융지주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의 연임안건을 상정할 예정이고 다른 은행지주들도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회 구성 개편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와 지적 사항이 주총 국면과 맞물리면서 경영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재정경제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결정되는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도 유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사경 확대 등과 맞물려 금감원 독립성과 권한 확대 행보에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이번 특별점검 결과를 은행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에 반영하겠다고 하고 있는 만큼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구조, 소비자보호 등 영역에서 당국의 가이드라인은 경영 방향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리스크 측면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