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렌탈의 매각 불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겠냐는 시선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전략에 돌발 변수가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렌탈 매각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같은 롯데그룹의 미래 신사업 투자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 주식 취득(지분 63.5%, 약 1조6천억 원 규모)을 포함한 기업결합을 불허하면서 롯데그룹이 추진해온 재무구조 개선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SK렌터카를 보유한 어피니티가 자동차 렌탈업계 1위인 롯데렌탈까지 인수한다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함 심사에 걸린 시간만 1년이었는데 결국 불허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롯데그룹은 대규모 자금 유입 통로가 막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매각 불발이 유동성 위기론에 불을 지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심사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약 53조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과 13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은 유동성 위기설이 재차 점화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롯데그룹은 "현재 그룹 전반에 걸쳐 강도 높게 진행 중인 구조조정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그룹 전반의 재무 안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이는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한 조치"라며 다른 비핵심 사업 및 자산을 정리하는 작업도 계획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기업결합 무산으로 인해 롯데렌탈 매각을 한 축으로 하는 재무 개선 전략의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롯데렌탈 매각 불허와 관련해 “대주주 변경 이슈가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사실상 연장전에 들어갔다”며 “롯데그룹의 롯데렌탈 매각이 전면 재검토되면 결의됐던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철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은 애초 롯데렌탈 매각 대금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재무구조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조6천억 원이라는 대규모 자금 유입 시점이 늦춰지는 것은 그룹 전반의 재무 운용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차입 부담을 낮추는 일부터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호텔롯데는 롯데호텔서울 리모델링과 미국 뉴욕팰리스 호텔 토지 매입 등의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최근 재입찰에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이 확정되면 보증금 납부 등 자금 소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도 "투자부담이 계속되는 가운데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롯데렌탈 지분 매각대금 유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차입 부담 완화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롯데렌탈 매각 좌초 이슈로 호텔롯데가 흔들릴 상황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리조트 및 월드부문 실적 호조가 지속되고, 면세부문도 2025년 실적 회복세를 보이는 등 영업현금창출력이 개선되고 있다”며 “롯데렌탈 지분을 포함한 보유자산 가치 기반의 우수한 재무융통성을 감안하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신사업 투자 전략에 재무적 부담이 전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호텔롯데가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사진) 유상증자에 2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출자했다.
롯데그룹은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여기서 확보한 유동성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 동력을 키울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가 집중되는 대표적 계열사는 바로 롯데바이오로직스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2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2144억 원을 출자하며 지분 20%를 확보했다.
호텔롯데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전인 2025년 11월 2650억 원에 호텔 ‘L7 홍대’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넘기고 5년간 임차 계약을 맺기로 했다. 사실상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유동화하면서 바이오사업 투자를 진행한 것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신유열 부사장이 올해부터 대표이사를 맡기 시작한 회사로 그룹 차원의 미래 신사업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계열사로 꼽힌다.
호텔롯데가 롯데렌탈을 계획대로 매각했다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향한 투자도 속도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공정위의 결정에 따라 이를 더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고 볼 수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주력사업인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론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모두 각각 78만 리터, 78만5천 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꾸준히 생산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2030년까지 모두 3조 원 이상을 투입해 인천 송도에 3개의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이 공장 3곳을 포함해 미국에 보유하고 있는 시러큐스 공장까지 더해도 생산규모는 약 39만 리터에 그친다.
후발주자로서 선두기업들을 따라가려면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당분간 롯데렌탈 매각이라는 호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조성된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을 매수하려고 했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며 공정위의 지적 사항을 수정하거나 지분을 재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롯데렌탈 지분 매각 계약은 현재로서 유효한 상태이며,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니어와 웰니스 분야를 미래 산업으로 보고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