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1-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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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수년에 걸쳐 기업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인 국가 전략사업을 두고, 이전·분산 배치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경기와 호남이 대립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가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경기-호남 지역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을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SK하이닉스 공사 현장에서 간담회를 열고 “수년에 걸쳐 기업 투자와 인프라 집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제 와서 다 뒤집자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은 속도와 산업 생태계가 생명이다. 무려 1천조 원이나 투자되는 전략 산업을 정치적 욕심을 앞세워서 흔드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발언은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반도체 클러스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킨다며 지방 이전 또는 분산 배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특히 전북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전북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서 “용인 반도체의 전북 이전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며 “수도권 이기주의에 맞서 싸워 삼성전자 이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준병 민주당 의원 역시 8일 전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전북 이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호영, 윤준병 의원은 모두 전북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균형발전에 기업들이 좀 기여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길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경기도지사 시절 유치했던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를 언급하며 “지금 대통령이 돼서 보니 ‘내가 왜 그랬는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2월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용인에 SK와 삼성전자가 입주하면 그 두 기업이 쓸 전기의 총량이 원전 15기, 15GW 수준이라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고민”이라며 “지금이라도 지역으로, 전기가 많은 쪽으로 옮겨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 논의가 커지자 국민의힘과 경기도 지역 민주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정책도, 경제 논리도 아니다. 그저 국가의 미래를 팔아서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는 정략적·정치적 선동에 불과한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그동안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여러 약속들이 그저 허언이 아니었다면 지금 민주당에서, 일각에서 올해 지선 표를 얻기 위해 미래 먹거리로 선동하는 일은 즉각 중단하라고 단호하게 입장을 표해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경기도 역시 현실성을 문제 삼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9일 CBS 라디오 뉴스쇼에서 “치열한 국제 경쟁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속도가 가장 중요하고 클러스터 형성이 핵심”이라며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을 놓고 제로섬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논쟁이 뜨거워지자 일단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에 선을 그었다. 다만 국가 주도 사업을 기업의 몫으로 돌려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 2025년 11월2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대학교 JJ아트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임시당원대회에서 신임 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윤준병 의원이 도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8일 언론 브리핑에서 “클러스터 대상 기업 이전을 검토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 이전은 기업이 적의 판단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관련 논의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 장관의 지적처럼 경기도는 전력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호남 쪽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고압송전선 설치 문제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전선이 지난는 곳마다 지역 주민의 반발이 거셀 것이고 큰 사회적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호남 지역의 뿌리깊은 소외감으로 지역 여론도 들끓을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 주도의 산업화 전략은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경부축’ 개발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교통·산업 인프라의 격차가 커졌다. 경부축 지역은 복선 철도와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빠르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반면, 호남선과 호남권은 상대적으로 인프라 투자가 뒤처졌다. 결국 영·호남 간 소득 격차가 벌어졌고 이는 지역 감정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안 위원장은 7일 ‘전북 도민에게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수도권 정치인과 언론이 전북 이전 주장에 대해 각종 논리를 동원해 사실상 융단폭격을 가하는 상황”이라며 “용인 반도체 전북 이전, 전북의 백년을 좌우할 이 기회를 함께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