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12-17 16: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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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왼쪽)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나설 기반을 만들고 있다. 40년 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이 보여줬던 인수합병 DNA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본인 몫의 계열사 덩치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의 행보는 과거 유통과 서비스사업에 손을 뻗으면서 한화그룹을 재계 10위로 도약하게끔 했던 아버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40년 전 모습과 닮아 있다.
17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에너지 지분 15%를 매각해 확보한 돈을 밑천으로 삼아 일부는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자금은 사업 확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매각으로 손에 쥐게 될 금액은 약 825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증여세로 내야할 돈은 약 850억 원가량인데 사실상 7400억 원 수준의 자금이 손 안에 떨어지는 셈이다.
김 부사장으로서는 이번 지분 매각의 시기가 절묘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뛰어들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자금 조달 염려를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 인수에 공을 들여온 급식회사 아워홈을 올해 5월 품에 안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통해 쓴 돈만 8695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아워홈 자회사인 고메드갤러리아를 통해 1200억 원을 주고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 인수를 완료했다.
8월에는 서울 강북 우이동에 있는 고급 리조트 파라스파라서울(현 안토)을 300억 원을 주고 사들이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에만 M&A 3건을 연달아 성사시켰지만 김 부사장의 인수합병 행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휘닉스평창 등 중앙그룹의 리조트사업을 담당하는 휘닉스중앙 인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거래금액만 2천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이번 건을 놓고 이번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숨돌릴 틈도 없이 시장에 나온 매물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거래하면서 말도 많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사세 확장에만 매몰하다보니 재무적 체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파라스파라서울을 인수할 때 승계한 부채 3900억 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인수합병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안토의 잠재력과 성장성을 감안할 때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시장에 불안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김 부사장이 직접 공들여 키운 사업을 느닷없이 팔겠다고 나선 이유를 이런 배경에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7월부터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의 매각을 추진해 17일 사모펀드 H&Q에쿼티파트너스와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 부사장이 직접 미국 본사를 찾아가 국내 도입을 추진했을 정도로 의욕을 보였던 사업인데 단 2년 만에 매각에 나선 것을 놓고 사세 확장에 필요한 밑천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타이밍에 더해 한화에너지 지분을 팔게 된 것은 김 부사장에게 무척이나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사재를 투입할 수 있는 길이 생겼으니 회사의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본인이 사고 싶은 회사를 눈앞에서 놓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이 올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모습들은 여러모로 40년 전 김승연 회장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한다.
▲ 한화갤러리아의 대표 매장인 갤러리아명품관(사진)의 전신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40년 전 인수했던 한양유통의 파르코백화점이다.
김승연 회장은 만 33세였던 1985년 한화그룹의 유통 및 서비스사업 확대를 진두지휘했다. 그해 9월에는 정아레저타운과 정아컨트리클럽, 정아관광, 정아건설 등을 운영하는 정아그룹 인수에 합의했으며 12월에는 한양쇼핑센터와 파르코백화점 등을 보유한 한양유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의 유통 및 서비스사업 확대는 한화그룹 내부적으로도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한화그룹은 방산과 화학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계열사 사이의 충분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회장이 뚝심으로 추진한 해당 인수합병들의 성과를 보면 당시 반대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전신이 바로 정아그룹이며 한화갤러리아의 전신이 바로 한양유통이라는 점에서 김 회장의 결단이 한화그룹 주요 사업 축을 하나 더 세운 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적극적 인수합병에 나서며 40년 전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비슷하게 따라 걷는 것은 결국 김승연 회장이 보여줬던 인수합병 DNA를 재현한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