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에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에서 모두 비판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난 4월 총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대여투쟁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계기로 대여투쟁의 고삐를 죈다.
4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들어보면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피의자로 단정 짓고 수사하는 것을 일제히 비판하면서 단합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친명계로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기구를 만들고 기존 검찰독재위원회를 확대 구성하면서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방어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수사를 두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의혹’ 수사와 비교하면서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며 규탄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면서 유독 김건희 여사만 예외로 두고 있다”며 “김 여사 앞에서는 휴대폰까지 반납하면서 황제 출장조사를 한 검찰이 야당인사와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하면서 도 넘은 무리한 정치보복 수사를 자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한 대여 투쟁드라이브를 걸면서 당내 계파갈등 가능성을 잠재우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오는 8일 문재인 대통령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에서 검찰 수사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추후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할 당내 기틀을 마련하려는 셈법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민주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논두렁 시계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는 만큼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논두렁 시계 논란은 2006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와 관련된 수사과정에서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들이 고의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회장에게서 받은 피아제 시계 2개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거짓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와 데자뷔를 느낀다”며 “다시는 노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월29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전병헌 새로운미래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로운미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 대여투쟁에 속도를 내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주장으로 발생한 여당의 역공에서도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것을 두고 근거가 없다며 비판수위를 높인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그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계엄령 선동발언을 던졌고 어제는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거들며 선동에 가담했는데 근거가 없다”며 “민주당이 괴담선동에 목메는 것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을 만들기 위한 선동정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대여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했던 여야 표회담이 알맹이 없이 끝난 점도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제3자 추천방식을 포함한 법안을 야당이 함께 제출했는데도 한동훈 대표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도 대여공세를 점치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한 대표는 지난 3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발의한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평가 절하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대표는 “야당의 제3자 추천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의 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었다”며 “제 입장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정치 재개 등 일련의 사건도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
윤주진 전 자유한국당 상근부대변인은 채널A 뉴스A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정치재개 등이 이어지면서 친명과 친문 사이에 계파 사이 선이 뚜렷해지고 있어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으면 당내 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윤 전 상근부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이를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옹호해 당내 갈등 가능성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