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셀트리온의 3공장 부지선정을 놓고 싱가포르국부펀드가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증시와 업계에서는 더 나아가 셀트리온과 테마섹의 긴밀한 사업 파트너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흘러다니고 있다.
테마섹은 이날 증시 개장을 앞두고 자회사 아이온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 12.45%(1561만7794주) 가운데 2.9%(363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기관투자자들에게 8953억7500만 원에 매각했다.
테마섹은 지난 3월7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셀트리온 지분 1.85%(224만 주)를 7542억 원에 팔았다. 당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18%도 3151억 원에 같이 처분했다.
올해 들어서만 2조 원가량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매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테마섹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올해 3월 초 14.30%에서 현재 9.6%로 줄었다.
테마섹은 올해 3월 셀트리온 주식을 매각하며 180일의 보호예수기간을 설정했다. 9월3일까지는 추가로 셀트리온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9월3일이 지나서도 셀트리온 주식 매도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테마섹의 추가 주식 처분 가능성을 낮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지분매각으로 이런 예상이 빗나갔다는 점에서 시장의 충격은 크다.
특히 이번 테마섹의 셀트리온 지분 처분이 셀트리온 주가가 올해 3월 당시보다 크게 낮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올해 3월 초 셀트리온 주가는 올해 연초보다 2배 가까이 오른 30만 원 중반 대를 오르내렸다.
셀트리온은 지분매도와 관련해 “테마섹의 지분 매각은 운영하고 있는 펀드의 헬스케어업종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보유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했기 대문에 리밸런싱 차원에서 보유지분 일부를 처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20만 원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테마섹의 이번 지분 매도를 올해 3월 당시와 같은 논리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서 "테마섹이 셀트리온의 기업가치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셀트리온은 최근 바이오시밀러시장 경쟁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셀트리온은 매출 2634억 원, 영업이익 108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1.7%가 줄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더욱 심각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분기에 매출 1838억 원, 영업이익 1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9%, 영업이익은 66.7% 감소했다.
셀트리온의 사업구조는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제품을 판매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재판매하는 구조이기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이 셀트리온 실적에 반영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 타워.
물론 이번 지분매도가 셀트리온의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글로벌시장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는 반론도 있다. 테마섹이 글로벌 증시 하락에 맞춰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번 셀트리온 지분을 팔았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증시는 올해 3400조 원이 증발했고 최근 미국증시도 금리인상 우려에 기술주 중심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의 리서치팀은 이번 주 발간한 투자보고서를 통해 미국경기가 3년 내 침체에 빠질 확률이 80%를 넘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셀트리온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셀트리온의 3공장 건설과 싱가포르 국부펀드를 연관지어 보려는 시선도 확산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36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건설할 터를 놓고 싱가포르와 베트남, 국내 송도 부지를 고려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임시주주총회에서 3공장을 해외에 짓겠다며 올해 상반기 내로 부지선정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그동안 셀트리온과 테마섹은 단순 투자자-기업 관계가 아니라 긴밀한 사업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왔다. 셀트리온은 테마섹으로부터 투자를 받고 테마섹에 이사 선임권을 부여했다.
이 때문에 테마섹이 셀트리온의 3공장 부지선정과 양측의 관계설정을 연관지으려 한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셀트리온은 이날 회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당사는 오랜기간 재무적 투자자로서 셀트리온에 신뢰와 관심을 보내주고 있는 테마섹과 앞으로도 지속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테마섹의 지분 일부 매각은 셀트리온의 본질적 기업가치와 무관한 사안으로 주주들께서 이번 매각을 놓고 불필요한 오해나 확대 해석은 자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