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세계 주요 D램업체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해 반도체 시설 투자를 일제히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과잉 우려와 달리 메모리반도체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화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무역분쟁의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17일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대만 난야는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의 영향에 대응해 반도체공장 투자를 기존 계획보다 약 10% 축소하기로 했다.
난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은 D램 4위 업체로 중국 화웨이와 미국 델 등을 스마트폰과 서버용 D램의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리페잉 난야 회장은 닛케이아시안리뷰를 통해 "D램 가격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중국 전자업체들이 생산에 소극적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상위업체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 반도체 시설 투자를 축소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익성을 지켜내기 위해 내년까지 D램 출하량을 조절하며 업황을 유지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자연히 증설 투자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 역시 최근에 증권가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의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시장 조사기관 CINNO 분석을 인용해 "무역분쟁에 따른 우려가 모든 반도체기업의 공격적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며 "D램 업황이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내년까지 이어질 D램업황 악화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반도체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D램 업황이 안정화되면 실적을 방어하기가 수월해진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투자 위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D램 공급업체들이 과거와 비교해 반도체업황 변화에 더 긴밀하게 대응하는 출하량 조절 전략을 쓰고 있다"며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공급사 사이에서 출하량 경쟁이 심해지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업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