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의 요건 강화로 시스템이 부족한 '비대면 전세대출'의 문을 어쩔 수 없이 닫았지만 카카오뱅크는 비대면에 특화된 시스템 덕에 영업을 계속하면서 비대면 전세대출의 점유율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윤호영(왼쪽) 이용우(오른쪽)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부부 합산 소득 1억 원을 초과하는 1주택 보유자거나 부부 합산 2주택 이상 보유자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의 제한을 15일부터 시행한다.
정부의 보증요건 강화로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전세대출을 중단하거나 무주택자에 한해서만 비대면 전세대출을 실행한다.
시중은행들의 비대면 전세대출은 필요한 서류들을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으로 전송 받거나 조사원 등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 등으로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번 보증요건 강화로 은행들은 대출을 실행하는 사람의 배우자까지 소득과 주택 보유 여부를 확인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대출 신청자의 서류는 본인 확인이 끝난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비대면 제출이 가능하지만 배우자는 직접 은행 영업점을 찾아야만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시중은행들이 아직 배우자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 등을 비대면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기존 프로그램들을 비대면에 특화해 개발했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을 배우자의 휴대폰에 연결 설치해 비대면 전세 대출을 중단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출 신청자가 카카오뱅크에 배우자의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배우자의 휴대폰에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증명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게 해 배우자의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배우자의 동의가 있으면 국세청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소득 자료를 직접 조회해 부부 소득 합산을 확인하기 때문에 전세 대출 실행까지 모든 절차가 비대면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방식의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이용해 국토교통부의 주택 소유 정보 시스템인 ‘홈즈’(HOMS)에도 직접 들어가 대출 신청자와 배우자의 다주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시중은행들은 대출 신청자의 배우자가 직접 제출한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통해 은행 직원들이 홈즈에 정보를 입력하고 국토교통부로부터 회신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카카오뱅크는 한 발 앞서간 시스템 덕에 비대면 전세대출에서 점유율 확대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도 보증요건 강화에 맞춰 저마다 모바일뱅킹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지만 없던 것을 추가하다 보니 물리적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정보 활용 동의에 관한 부분은 시중은행에서도 전산 시스템에 포함하는 개발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며 “제도가 급변하고 있어 대출 신청자의 혼선을 줄이기 위해 영업점 방문을 권장하는 측면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