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와 맺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건조계약을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조선사들과 선박 건조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돈을 지불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번에 제시된 8천억 원을 시작으로 정부는 6조 원 정도의 자금을 현대상선에 투입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가운데 3조는 이 계약을 마무리하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선사와 계약을 마무리하고 선박을 인도받는다고 해서 바로 현대상선이 흑자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선박 건조 계약 자체가 정부 지원을 전제하고 맺어진 만큼 건조 계약 마무리는 당연한 수순이다.
앞으로 남아있는 문제는 나머지 3조 원이다. 추가 지원을 받아내는 것은 물론 어떻게 활용할지가 현대상선에게 매우 중요한 셈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아직 6조 원을 지원받는다고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머지 3조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련해서도 정해진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적은 운임에도 버틸 수 있도록 원가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가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대상선은 컨테이너 구입과 항만 지분 확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건조하는 20척의 인도가 완료되면 현대상선은 추가로 40만 TEU의 선적량을 확보하게 된다. 컨테이너도 그만큼 많이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컨테이너선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컨테이너 수가 선적량의 1.5배 이상이라는 것을 살피면 현대상선은 추가로 60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상선은 현재 배에 싣는 컨테이너 대부분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추가로 60만 개의 컨테이너를 빌려서 사용한다면 컨테이너 대여 비용은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된다. 하지만 컨테이너를 구매해서 사용하게 된다면 컨테이너 대여에 들어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국내 터미널 지분 확보도 시급한 문제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에 부산신항 4부두(HPNT)의 지분을 50%대로 늘리기 위해 4부두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의 지분 40%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상선은 원래 4부두의 지분 50%+1주를 들고 있는 최대주주였지만 2016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40%+1주를 PSA에 매각했다.
수많은 항로의 기점 역할을 하는 국내 터미널의 운영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하역료 측면에서 굉장한 부담이 된다. 현대상선은 부산신항 4부두의 지분을 되찾아 하역료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IMM과 본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역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몸집을 불려온 방법인 인수합병(M&A)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부분 원양선사들이 글로벌 대형 선사들로 통합됐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추진할만한 원양선사가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현대상선은 국내 중견 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양 노선을 인수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원양선사가 현대상선으로 일원화된다면 국내 업체 사이 출혈 경쟁을 막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유 사장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자금 사용처와 관련된 문제 말고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유가는 계속해서 치솟아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머스크 등 유럽의 대형 선사의 현대상선 견제도 심화되고 있다.
유 사장은 기존에 약속했던 올해 3분기 흑자 전환 약속을 2년 정도 뒤로 미루며 해운업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
재도약의 발판은 준비됐다. 현대상선이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마련한 이 발판을 어떻게 이용해 뛰어오를지는 유 사장에게 달려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