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 배터리 경쟁업체들과 나란히 설 수 있도록 회사의 역량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정책을 2020년까지 폐지하기로 했는데 한국 전기차 배터리회사에게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7일 중국 창저우에 약 4천억 원을 투자해 리튬이온전지 분리막(LIBS)와 세라믹코팅 분리막(CCS)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리튬이온전지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출력을 높여주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이번 투자는 지난 8월 같은 지역에 8200억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지 2달 만의 일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헝가리에 8300억 원 규모의 코마롬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이 중국과 유럽 등지에서 대규모 생산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추세에 발을 맞추는 한편 중국에서는 원재료까지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김 사장은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굵직한 투자 결정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시장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사드보복으로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외해 왔다. 전기차 보조금이 차량 가격의 절반에 이르는 만큼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현지 판매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찾는 일이 크게 줄었다.
이 보조금 자체가 2020년에 아예 사라지면서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중국시장 재진입을 기대하고 있는데 김 사장은 그때까지 경쟁사들과 비슷한 출발선에 서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한껏 끌어올리기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해 20%, 올해는 30% 삭감했고 2019년 40%로 축소한 뒤 2020년에는 완전히 폐지한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으려면 5조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후발기업의 추격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김 대표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이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선발업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전세계 배터리업계 최초로 니켈과 코발트, 망간(NCM)을 8대 1대 1의 비율로 섞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며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코발트 비율이 낮을수록 원가가 절감된다.
아직 안전성 검사가 끝나지 않아 상용화 단계에 이르진 못하고 있지만 다른 선두업체들도 한창 개발하고 있는 기술을 먼저 개발해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업체를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1월~8월)이 세계 6위에 올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성장률(259.7%)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도 2017년 1월~8월까지 2.1%에서 올해 같은 기간 3.2%로 1.1%포인트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