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FFPOST
HUFFPOST
인사이트  마에스트로

이진아의 냠냠냠에 감탄한 이유

김광현 777khkim@hanmail.net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이진아의 냠냠냠에 감탄한 이유  
▲ 클래식이건 대중음악이건 좋은 음악은 그 자체로 그냥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준다.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가요를 즐겨 듣지 않는 편이다. 운전하다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토이나 김동률 등의 음반을 아무 생각없이 틀어 놓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요즘의 획일화한 아이돌 음악은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물론 지난번 잠깐 이야기했던 무한도전의 ‘토토가’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교향악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다니던 교회에서 밴드부 활동을 했던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커밍아웃이랄까. 그 당시 지휘자를 꿈꾸는 예고 작곡과 학생이었던 필자는 한 대형교회의 성가대 반주를 맡고 있었는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꽤 실력 있는 밴드를 구성해 2년간 활동했다.

일년에 두 번씩 소위 ‘문학의 밤’에서 꽤 길게 공연했는데 기존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곡을 자작곡으로 구성했다. 필자는 피아노와 작곡, 그리고 노래를 담당했다. 당시 김동률과 이승환의 음악에 취해 살았던 필자는 그 비슷한 곡들을 작곡해서 발표하곤 했다.

친구들이 멜로디만 대충 작곡해 오면 그 편곡작업도 필자가 맡아 했다. 우리 밴드가 꽤 실력이 있었는지 정식으로 데뷔해 보라는 제의도 받았다.

이처럼 대중음악에도 나름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해 온 필자가 며칠 전 한 오디션 프로에서 ‘이진아’라는 참가자가 작곡했다는 ‘냠냠냠’이라는 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오디션 프로에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참가했고 악동뮤지션 등 개성있고 참신한 친구들이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이진아의 그 곡은 다른 곡들과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냥 그가 좋아하는 인디음악 장르의 곡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에 너무 다른 곡이었다. 필자가 지금 클래식 칼럼에서 예능프로에 나온 자작곡을 다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곡은 매우 클래식하다.

일단 그 곡을 듣고 난 박진영의 심사평이 매우 화제가 되었다. "흑인 바흐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이론의 반이 들어있다"는 식으로 평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그 심사평은 좀 안 맞다. 그래서 그 곡을 굳이 분석한 다른 클래식 작곡가와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건 박진영도 정말 놀라웠을 것이다. 첫 전주부터 대위법적으로 잘 계산된 바흐를 재즈풍으로 듣는 듯한 기분이었을 테니 말이다.

이 곡의 화성과 리듬, 그리고 곡의 형식 자체는 분명 재즈나 대중가요에서 많이 쓰는 코드이고 진행방식이다. 새로울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필자가 이진아의 상상력에 감탄하고 이 곡에 충격을 받은 이유는 그런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코드와 그 진행을 그가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보자. 전주 뒤 1절이 나오기 시작하면 하나의 반주 코드가 계속 반복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진아는 이 문제를 비화성음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베이스 라인의 움직임과 엇박자의 리듬으로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말로만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그 위에 얹혀진 노래 멜로디는? 밑에 피아노의 상황은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복잡할 것 하나 없이 쉽게 진행된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피아노 반주의 역할이다. ‘냠냠냠’은 기존의 기타 코드만 대충 적어놓고 멜로디와 가사만 그려 넣은 노래악보로 절대로 부를 수 없다.

마치 슈베르트나 슈만의 가곡처럼 피아노와 멜로디가 각각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아노는 반주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적이다. 노래와 피아노의 연주라고나 할까.

이 곡 종반부에 나오는 후렴구에서 작곡가는 다시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한다. 1절부터 계속해 왔던 화성 위주의 피아노 반주형태가 아니라 잘 계산된 2성부의 전주를 후렴 멜로디 밑에 집어넣었다.

이건 결국 전주조차도 곡의 종결부인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다시 나올 수 있도록 매우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진영의 표현을 조금 빌리면 대위법과 화성학에 정통한 작곡가의 매우 수준 높은 작곡기법이다. 마치 잘 구성된 클래식 곡을 듣는 것 같다. 이 곡을 어떻게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편곡 위주의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후렴 멜로디마저 대중들이 따라부르기 쉬운 후크송이다. 가사는 말할 것도 없다.

더 놀라운 점은 클라이맥스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사용하는 그 흔한 전조 하나 없는 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곡자 이진아는 혼자 치기도 버거운 피아노 부분을 아무 생각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치면서 흥에 겨워 노래까지 하고 있다.

‘냠냠냠’을 듣기 며칠 전 필자는 ‘나는 가수다’에서 1위를 했다는 스윗소로우의 ‘바람이 분다’의 평이 너무 좋아서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다. 그 자체로 명곡인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한계가 분명한 4인조 아카펠라 그룹이 정말 뛰어나게 재해석해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이 곡은 ‘냠냠냠’과 조금 다르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조용하고 심플한 원곡을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끔 대중적으로 화려하게 편곡했고, 그 편곡을 스윗소로우라는 뛰어난 아카펠라 그룹이 멋지게 소화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다.
 
스윗소로우의 '바람이 분다'는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많은 오디션 형식의 음악 프로들이 결국은 가창력과 편곡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관객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음악에서 클래식이건 대중음악이건 누구의 음악이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를 평가할 수 없다.

단지 이진아같은 상상력이 풍부한 실력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이 계속 등장해 기존의 음악에 다양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더욱 음악계가 풍요로워질 수 있다. 비단 대중음악뿐 아니라 클래식에서도 그렇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을 굳이 왜 구분하나. 좋은 음악은 그 자체로 그냥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지휘자 김광현은 예원학교 피아노과와 서울예고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였다. 대학재학 중 세계적 지휘자 샤를르 뒤트와에게 한국대표 지휘자로 발탁되어 제9회 미야자키 페스티벌에서 규슈 심포니를 지휘하였고, 서울대60주년 기념 정기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재학생 최초로 지휘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필하모니, 로이틀링겐 필하모니, 남서독일 콘스탄츠 관현악단, 루마니아 크라이오바 심포니, 경기필, 부천시향, 원주시향, 과천시향, 프라임필 등을 지휘하였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지휘자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원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최신기사

조원태 한진칼 주식 370억어치 추가 매입 나서, 호반그룹 최대주주 등극 가능성에 대항..
대법원, 삼성전자에 부품 구매 강요 '갑질' 브로드컴에 과징금 186억 확정
금융위원장 이억원 "지역 중소·중견기업에 3년간 4조5천억 보증부대출 공급"
IBK신용정보 대표에 백상현 전 기업은행 부행장, 여신·기업금융 두루 거쳐
SBI저축은행 '교보SBI저축은행'으로 새 출발, 김문석 "금융환경 변화 선도"
[오늘의 주목주] '전력망 수요 기대감' LS일렉트릭 주가 7%대 올라, 코스피 기관 ..
한화금융 계열사 4곳 퇴직연금 경쟁력 높인다, 한화생명 대표 이경근 "미래사업 준비 점검"
일동제약 3분기 영업이익 71억으로 5.7% 늘어, 손손익은 적자전환
카카오X 출범 전부터 날아든 '투자금 회수 청구서', 김도영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 ..
[현장] "코인 해외 유출 막으려면 국내 시장 방치 안 돼" 전문가 한목소리
KoreaWho

댓글 (7)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물불이종열
잘 보고갑니다
이진아는
정말 대단하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인의 단점을 기가막히게 활용하는 멋진 실력자
전 음악을 질 모르지만
왠지 이진아의 노래를 듣는순간
기억에서 지워지지않다리구요
   (2017-01-04 21:42:06)
sb2919
좋은 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음악평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5-10-05 18:26:20)
sad
본 내용과는 다르게 한 마디 적자면 글 적으신거 보니까 정말 올드한 표현들과 시도때도 없는 문단 나누기 의미없는 수식어구들 정말 글 못쓰십니다...   (2015-03-15 20:52:38)
ㅇㅇ
좋은 분석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사실 전문가의 분석도 재미있지만 그 모든 것은 문외한의 감동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문외한인 제가 간단히 감상을 써 보자면,
냠냠냠은 문외한이 듣기에도 노래따로 피아노 따로라는 게 확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그 따로따로가 한꺼번에 들리면서 너무 아릅답게 들린다는 것.
화성학, 대위법, 박자, 열심히 연구하시는 이유가 그것 아니었나요?
   (2015-02-27 23:12:27)
귀연쩌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런 곡들을 너무도 기다려 왔습니다^^   (2015-02-26 03:56:00)
고만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곡 처음 들었을 때 느낀 신기함의 근원이 뭘까 고민을 했었는데, 글을 보고 드디어 해결했습니다. 가곡같은 느낌이었네요.   (2015-02-24 17:58:14)
감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15-02-24 15:03:00)